무용한 문화생활(2018.03.10)

일민미술관 전시 <IMA Picks>

by 루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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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전시 <IMA Picks>를 봤다. 전시 제목의 의미는 '일민미술관 선정작가전'쯤 되겠다. 상대적으로 공공지원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는 30대 후반~40대 중견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로,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세 작가의 층별 개인전 구성이다. 전시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저마다 오랜 시간 리서치하며 만들어낸 작업물이다. 3시쯤 갔는데 마침 도슨트 해설이 있어 많이 도움됐다.(해설 없는 동시대미술이란...)


1층 김아영의 <다공성 계곡>은 실험적인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 작업. 철학적인 SF 같다. 제목의 '다공성'에서 암시하듯 '구멍'의 은유가 조형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치밀한 미학적 전략하에 사용된다. 구멍이 안과 밖, 위와 아래를 잇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차원 이동의 초현실적 매개일 수도, 사이버세계의 이동일 수도 있는 점이 흥미롭다. 개인적으론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페북 등으로 옮겨다니며 제2의 자아를 구성하며 사는 우리 전자화된 노마드들의 허무와 불안을 떠올렸다.



2층 이문주의 <모래산 건설>은 디트로이트 베를린 서울 등을 배경으로 한 도시 사회학적 회화 작업이다. 파괴/건설, 폐허/자연이 오버랩되고 콜라주되어 병치된다. 실제 작업에 참고한 책과 자료도 일부 함께 전시된다 독일 배경인 <공화국궁전과 오투월드>(한쪽은 철거되고 한쪽은 건설되는)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3층 정윤석의 <눈썹>은 중국의 섹스돌 공장의 제조 공정을 담은 다큐와 마네킹 사진-좀 끔찍한- 등이다. 인체를 실제보다 더 실제스럽게 제조하는 모습 자체가 충격적이다. 손과 뜨겁게 데운 막대로 가슴과 성기 쪽을 집중적으로 두드리고 연마해 질감과 촉감, 탄력을 살려낸다. 일본 만화에 나오는 메텔이나 레이 같은 캐릭터, 영화 <에이리언>의 안드로이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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