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문화생활(2018.03.17)

안은미+칸두코 <굿모닝 에브리바디>

by 루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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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 수업 네 번째 시간. 이대역 근처 염리동의 로스팅 카페에서 진행한다. 오늘은 코스타리카 타라주와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로 실습. 여전히 물줄기 굵기가 불규칙하고 손이 떨린다. 고르게 원을 그리지 못한다. 백번쯤 하면 낫겠지. 이제 스무번쯤 내려봤으려나.

이탈리아에서 아주 흔하다는 모카포트, 터키식인 체즈베, 그리고 간편하게 진한 커피를 추출하는 에어프레스 시연을 지켜보고 커피도 맛을 봤다. 모카포트는 드립만큼의 풍미는 없었고, 체즈베는 설탐을 곁들인 색다른 맛이다. 둘 다 불로 직접 가열한다. 에어로 프레스는 커다란 주사기 원리로, 힘으로 밀어 추출하는데 맛도 제법이다. 보기에 우아하지 않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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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까지 한참 남아 아현에 있는 행화탕에 들렀다. 낡은 목욕탕 건물을 개조한 문화공간으로 들었는데 지금은 카페로만 쓰는 듯. 물론 언제든 전시도 가능한 공간이겠다. 생각보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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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안은미와 영국 칸두코 댄스컴퍼니의 콜라보인 <굿모닝 에브리바디>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공연 전 로비를 서성이는 안무가 안은미와 안은미 무용단 단원들 몇몇이 보였다. 재작년 비무용인들이 3분짜리 공연을 만드는 안은미 무용단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어 낯이 익은 얼굴들이 있다.(그때 공연까진 못했다.) 로비에 장애인들도 여럿 보인다. 칸두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는 무용단으로 런던 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도 섰다고 한다.


공연을 보면서 초반엔 안은미 색깔이 강하진 않다고 보았다. 아무래도 외국인 무용단과의 작업이니 연습기간이 충분치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점점 특유의 음악과 조명, 의상 등에 힘입어 자기 흐름으로 끌고간다. 느리고 서서히 트랜스trance 상태로 이끈다. 비교적 고요한 트랜스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안은미는 무당이다. 안은미마술사다. 안은미에게 춤은 주문이다. 안은미는 플로flow(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맥락에서)의 대가다....


비장애인이란 표현이 마음에 든다. 정상인, 일반인 같은 표현보다 훨씬 낫다. 우린 장애인이 아닐 뿐이다. 우린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휠체어 댄서믜 벗은 몸은 경이롭다. 형언할 수 없다. 상체는 기이하리만큼 근육질이고 하체는 더없이 가녀리다. 그 대비가 묘한 울림을 준다.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길들여진 몸이 오히려 장애 아닌가.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탐닉하고 욕망에 지배당하는 눈이 오히려 장애 아닌가. 보이지 않는, 오염되지 않은 눈이 오히려 진실에 닿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라고 공연은 계속 되묻는 듯하다. 한쪽 다리가 잘리고 한쪽 팔이 잘린 무용수들이 자유로이 무대를 휘젓는다. 비장애인 무용수들과 사이에 점점 이질감이 사라진다. 처음엔 공중에서 의자 바퀴가 빙글빙글 돌더니 후반엔 지상에서 바퀴 없는 의자를 빙글빙글 돌린다. 전도된 세상. 서로를 비추는 거울의 세상.


마지막 순간 무대 뒤로 헤엄치는 물고기 이미지 흘러간다. 물고기에겐 팔다리가 없다. 자유는 경계가 지워질 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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