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무용단 18회 정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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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LDP(래버러토리 댄스 프로젝트) 무용단 정기공연을 아르코 대극장에서 봤다. 24일 토요일 7시 공연. 임샛별 김성현 이정민의 안무작 세 편이 올랐다. 이 무용단 무대는 2000년대 초 2회 정기공연 때부터 꾸준히 지켜봐왔다.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 중심의 LDP는 언제나 한국 현대무용의 '현재'를 증거하는 바로미터로 본다. 지난해에 비해 한결 세대교체가 되었다. 이선태 류진욱 안남근 박상미 같은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그 윗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Mnet <댄싱9>에 출현했던 이도 임샛별 윤나라 정도가 남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객석에 일반 관객은 줄어들고 다시 무용 전공자들이 많아 보인다.
세 작품 모두 상당히 공들였고 완결성도 높다. 팀웍도 좋아 보인다. 임샛별의 <소녀>는 여성 댄서들로만 라인업을 짰다. 심플한 무대에 차분하고 절제된 안무가 안정감 있다. 구두 신은 양지연의 솔로, 무대 중간까지 풀어진 붉은 천에 매인 채 선보인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안무가 다소 관념적인 건 아쉽다.
김성현의 <이념의 무게>는 한 편의 다큐 같은 무용극. 이만하면 안무라기보다 연출이라 해도 좋겠다. 다큐 영상, 회전무대 활용한 세트, 거대한 칠판, 화살, 돼지머리 같은 장치와 소품의 활용도 좋다. 미장센에 유난히 공들이면서 진보/보수, 남성/여성의 대결구도 같은 현재적 이슈도 잘 녹여냈다. 대중성도 있는 작품. 나레이션과 칠판 판서 퍼포먼스를 한 여성 댄서(이홍?)가 눈에 띈다. 주역급으로 나온 이주희는 연극적인 장면이 많아 본인의 장기(고난도의 춤)를 다 발휘하긴 어려웠겠다.
이정민의 <거울 앞 인간>은 세련미가 있다. 난해하고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의외성과 무용극적 요소가 적절히 섞여들면서 작품을 정교하게 구축해간다. 마지막에 달리기를 하며(거의 제자리에서 뛰지만 아주 느리게 나아간다) 상의를 계속 갈아입는 장면이 인상적이다.(잠깐 알코 렌즈의 퍼포먼스가 떠올랐다) 양지연이 비중 있게 등장했고, 처음에 가슴을 두드리며 앞으로 나와 손을 천천히 아래로 휘젓던 여성 댄서가 계속 눈에 띄던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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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 앉아 있다보니 든 생각. 아르코극장 드나든 지도 이십년이 넘었다. 대부분 혼자였다. 가끔, 그때 그 관객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관객 연령대가 늘 십대, 이십대가 많아서다. 난 무용 자체만큼이나 공연장 분위기도 좋아한다. 일단 로비가 그리 혼잡하지 않다.(일반관객이 적어서) 여성이 많다.(남자 많은 곳을 잘 견디지 못한다.) 묘하게 가족적이다.(실제로 출연자의 선후배,가족도 많지만 끼리끼리의 느낌도 강하다.) 음지식물과 생물들과 달리 밝은 에너지가 있다.(일단 식물성이 아니다.) 대학때부터 가까운(또는 통한다고 생각한) 지인들에게 무용을 보러 가보라고 권하곤 했다. 대개는 문턱도 넘어오지 않는다. 한두번 넘어도 그뿐이다. 지금 와 생각하니 다행이지 싶다. 나만 아는 비밀 같고 얼마나 좋아. 공연장의 이런 분위기도 깨고 싶지 않고. 작년, 재작년만 해도 방송으로 화제가 된 <댄싱9>의 여운이 남아 LDP 객석이 좀 들썩이더니 올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반가워하면 안되는데 괜히 반갑네. 그래도, 함께 나이들어가는 순수 관객도 더러는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