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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 Aug 21. 2021

반교: Detention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원작 게임은 하다가 중간에 그만뒀었다. 비릿하고 끼끼한 분위기를 견디기 어렵기도 했지만 노상 도망다니는 데 질렸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였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횡스크롤 게임에서 게이머를 무슨 레이서처럼 굴리더라고. 무섭다기보다는 짜증나서 때려쳤었지.


영화가 게임의 스토리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걸 우연히 발견하여 끝까지 봤다. 생각보다 볼 만한 영화였다. 게임보다 낫네. 다소 잔인한 장면이 하나 있긴 한데 그 부분만 잘 넘어가면 괜찮다.


전에 시나리오 라이팅 수업 들을 때 작가 선생님이 공포영화의 근원적 주제는 결국 "착하게 살라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이론에 딱 들어맞는 영화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돌이켜보면 정말 끔찍한 기분이 될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미묘하게 맛이 다른 여러 종류의 끔찍한 짓거리들을 하나의 스토리 속에 위화감 없이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끔찍함은 작품의 주제가 관객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이 작품의 주제는 뭘까?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극중 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인간도 사회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야만성과 신성성.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차별과 포용. 혐오와 사랑 등등. 그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나 자신 역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그러한 야만성의 포로가 될 수 있다는/있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기억하는 한,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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