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파 Aug 29. 2021

유빅Ubik - 필립 K. 딕

철학적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이건 <죽음의 미로>는 물론이거니와,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조차도 능가하는 대작이다. 


시간역행을 이런 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로 설명되는데, 결국 본질은 동일하다. 그 둘을 엮어놓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발상. 이는 중첩된 미스터리의 요소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심오한 통찰의 단초를 제공한다. 


엔트로피 법칙과 플라토니즘의 결합이라니! 


그리고 무엇보다, 딕 특유의 현실붕괴감각(?) 또는 꿈꾸는 듯한 느낌의 내러티브가 너무 좋다. 필립 K. 딕에게 무한한 경의를 보낸다. 그의 문장들을 몇 개 인용해보자. (일부 편집) 


엄청난 규모의 은폐가 이루어지는 시스템 내부에서 실재를 논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실재가 무엇인지를 간파하려고 해도, 베일을 닮은 꿈의 기묘한 소급 작용이 우리의 지각과 기억을 통해 금세 그것을 뒤덮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상호작용이 끈질기게 이어지는 이유는 우리들 자신이 반생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상태로 냉동 보존되어 다시 해동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나 할까. 계절 변화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현상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겨울에 해당한다. 인류 전체가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전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얼음과 눈의 층으로 덮여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도코스 혹은 마야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네. 역시 "SF계의 셰익스피어"라는 명성이 허언이 아니야. 

작가의 이전글 이영도 단편선 두 권 읽어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