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 Lilly의 당뇨치료제 쇼핑, 그런데 거래 상대가 Roche?
추석 연휴 5일을 쉬고 회사에 복귀를 하고 보니, 일거리들이 쌓여 있고 그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발생했었습니다. 한 주 간에 해외 biopharma의 사업개발 동향들을 정리했습니다.
Eli Lilly - Chugai pharma, a Roche subsidiary
전 세계 insulin과 당뇨치료제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Sanofi, Novo Nordisk, Eli Lilly의 격전은 최근 몇 년 사이 3사의 insulin특허가 만료되면서 더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 당뇨치료제의 신규 class 의약품으로는 SGLT2 inhibitor와 GLP-1R agonist가 대세로, 두 class의 의약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GLP-1R agonist는 insulin 분비 증강을 유발하고, 포만감 증진과 장관 내 소화 시간 지연을 유발하여 살을 빼 주는 효과도 동반됩니다. 저혈당 유발의 위험이 다른 약에 비해 적은 등 많은 장점이 있으나, insulin처럼 주사용제로밖에 사용을 할 수가 없어서 long acting (weekly) 제제의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 Eli Lilly가 GLP-1R agonist 경구제형을 개발하는 회사와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Roche의 일본지사(라기엔 조금 설명이 많이 필요한)인 Chugai pharma에서 개발 중이던 OWL833이 주인공인데요. 곧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인 의약품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판권에 대한 계약금은 $50 mil.로, 전임상 단계의 의약품임을 생각하면 꽤 비싼 금액입니다. 후속 개발의 성공에 따라 마일스톤과 로열티도 책정을 해 뒀을 텐데 이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임상 단계임을 고려하자면, 전체 거래액수는 1조 원에 육박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https://www.chugai-pharm.co.jp/english/news/detail/20180927080000.html
츄가이에서 발표한 전임상 데이터에 의하면, 하루 1회 복용으로 GLP-1R agonism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성을 원숭이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논문의 1 저자가 카와이 합니다.)
http://diabetes.diabetesjournals.org/content/67/Supplement_1/1118-P
Eli Lilly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역시 Humalog의 매출이 가장 높습니다($2.76 Bil.). Humulin까지 합치면 insulin제품군만 $4.1 bil. 에 달하긴 하지만, 성장률을 고려해 보자면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 격화와 insulin biosimilar의 등장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jardiance, trajenta, basaglar 등의 나머지 당뇨 관련 의약품들도 제품군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고, 전체 매출의 50% 가까이가 내분비 영역 질환 치료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li Lilly의 GLP-1R agonist인 Trulicity의 경우, 2014년 9월 FDA/EMA 승인을 받은 이후에 2017년 매출은 $2 bil. 을 기록했습니다. 16년의 매출이 $1 bil. 에 못 미친 것을 생각하자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고, 출시 초기의 시장조사기관들이 2020년대 초반 경에 이르러 최대 매출 $2.5 bil. 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단축시키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물질특허의 만료가 2024년이고, 독점권이 2026년에 만료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Chugai와의 거래가 그렇게 여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특히나 임상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Diabetology/ Cardiovascular 영역에서는 임상개발을 빨리 시작해야 Trulicity의 독점권 만료 전에 OWL833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갈 길 바쁜 Eli Lilly 입장에서 경구 GLP-1R agonist의 개발에 가장 큰 경쟁자는 Novo nordisk의 경구 semaglutide 제제입니다. 사실, GLP-1R agonist의 first-in-class 승인을 받은 회사가 Novo nordisk입니다. 2009년과 2010년에 EMA와 FDA에서 각각 liraglutide를 승인받았고, 브랜드 네임을 달리하여 저용량을 비만치료제로 팔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liraglutide 보다 long-acting을 하는 버전으로 semaglutide를 2017년과 18년에 FDA와 EMA 승인을 각각 받고 출시하였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semaglutide의 경구 제형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3상을 몇 건 끝낸 상태입니다.
http://diabetes.diabetesjournals.org/content/67/Supplement_1/2-LB
Eli Lilly의 OWL833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oral semaglutide는 펩타이드고 drug delivery 기술로 경구제형을 개발한 것이라면 OWL833은 펩타이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임상개발의 시간을 생각하자면 Novo Nordisk의 우위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긴 합니다. 어떻게 보자면 매출의 절반 이하를 내분비질환에 의존하는 Eli Lilly와, 거의 90% 가까이를 내분비 질환에 의존하는 Novo Nordisk의 경영진들의 관심사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딜의 상대방인 Chugai pharma는 일본의 제약회사로 2차 대전 중이던 194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2002년에 지분의 62%를 Roche가 매입한 이후에도 Chugai에서 독자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자로 이 회사의 명칭을 적으면 中外製薬株式会社 가 되고, 한국어 독음으로 읽으면, '중외제약 주식회사'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에 소재한 JW중외제약 그룹과 Chugai pharma는 그 뿌리가 같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항복하면서 쥬가이제약 조선 사무소가 철수를 하는데, 이때 JW중외그룹의 창업주인 성천 이기석 회장이 회사를 매입하고 이름을 조선 중외 제약소로 바꿔 달았습니다. 그 이후의 JW중외그룹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액제와 직원들의 엄청난 주량으로 유명한 한국의 상위권 제약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일본 쥬가이제약이 철수한 이후로도 JW중외그룹과 관계 유지가 잘 되었는지, 현재까지도 쥬가이가 개발한 약품의 한국 판권 도입이나 신약개발을 위해 협력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뇨와 심혈관질환 시장은 만성질환이다 보니 임상개발 기간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많은 규제과학 전문가들과 임상개발 전문가들이 임상시험 디자인과 바이오마커 등의 발굴을 통해 임상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거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회사들만 남게 될 것인데, 좀 더 적극적인 임상개발의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