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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 가을비

ㅡ 곧 추워질 테니 감기조심.

by Anne

이번연휴는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날도 흐리고 거의 매일 비가 와서 둥근달도 보기 힘들었다.

남편은 기분과 컨디션이 날씨를 타서 이렇게 매일 비가 오면 꿀꿀해하고 머리도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 어쩜 우리 집 두 아이들도 흐린 날이 연이어지면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다고 한다. 어쩜 그런 것까지 닮았니?!

좀 무던하믄 좋겠구만 즈그들 셋은 한 덩어리가 된마냥 모여 앉아서

"머리가 무겁다. 그렇지 않니?"

"이런 날은 마라샹궈를.. 먹어줘야.."

"엄마 머리 아파요. 약 좀..."

"떡볶이 먹을까?"

"얼큰한 거 땡긴다. 그지?"


아이고 이 사람들아 명절날 영업하는 데가 어딨겠냐?

그냥 차려주는 밥들 먹어!


친정엄마가 고사미 먹이라고 손질해 주신 오징어 5마리를 달달 볶아 매콤하게 만들어 밥 한 공기씩 딱딱 비벼먹였다.

매운 거 잘 못 먹는 남편은 땀을 쭈욱 빼더니 개운하다 하고 매운 거 좋아하는 아이들은 오랜만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배를 통통 두들긴다.


여름 내내 비가 안 와서 가물어서 걱정이었는데 가을비가 길게도 오는구나. 추석연휴 내내 내린 비로 가물었던 지역의 가뭄이 해갈되었기를.

(혹시나 해서 기사검색을 해봤더니 강릉지역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90%가 넘었고 가뭄걱정은 완전히 해소된 걸로 본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네요. )


그나저나 긴긴 가을비 뒤엔 왠지 추위가 확 닥칠 것 같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한 기운이 들고 난방을 켜지 않은 거실바닥이 차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르지만 겨울도 성큼 와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남편은 코를 킁킁거리며 짧은 가을이 도망갈까 가을냄새를 찾는다.

나는 혹시나 훅 하고 찾아올 겨울을 대비하느라 온 집안을 또 뒤집어엎는 중이다.

매콤한 오징어볶음으로 맛있는 한끼와함께 두통을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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