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엄마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1년 전 11월.
친정엄마와 전화통화하는 중에
"내년에 큰 녀석 고3이 되는데 너는 뭘 준비하고 있어? 하신다."
"제가 뭘 해야 하는데요?! "
"아들을 위해 너도 뭐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기도도하고 성경도 읽고... 말 나온 김에 엄마랑 같이 성경 읽을래? 오늘부터 매일 5장씩 어때? 같이 큐티도 하고..."
"네? 매일? 나 자신 없는 데에... 그럼 주말 빼고 5장씩 어때요? 토. 일은 혹시 못 읽은 거 읽기도 하고 집안일도 바쁘고요..."
하루 5장씩은 밀리면 쫓아가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월-금까지 5장씩을 약속했다. 5장씩 읽고 큐티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해가면서 앞으로 1년 동안 큰 녀석을 위해 기도하는 맘으로 해보자고.
처음엔 하루 5장 어렵지 않게 했는데, 하루 30분-1시간이면 충분한데 괜히 바쁘다고 하루이틀 밀리기도 했다. 그래도 부지런히 엄마와 함께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을 넘기며 성경 한 권을 다 읽었다. 청년 때 한 두어 번 읽고, 결혼하고 첫아이 낳고 한번 읽고 했는데 이번엔 엄마와 함께 기도하며 읽는다고 생각하니 의미도 있고 은혜롭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약속한 날 보다 며칠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수능전날까지 다 읽어서 왠지 뿌듯하기까지 하다.
"엄마 드디어 마지막장까지 다 읽었어요. 엄마랑 같이 읽으니 좋네요!"
"그래그래. 잘했다. 며칠 쉬었다가 바로 또다시 읽을까? 연달아 한 번 더 읽어도 좋아. 바로 또 다른 은혜가 찾아온다니깐."
"엄마. 나 고사미 시험 끝나고요. 시험 전까지는 따로 보고 싶은 게 있어요. 필사를 좀 할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그래. 그럼 시험 잘 마치고, 엄마랑 또 읽자."
큰아이가 고3이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기는 했다.
아이의 성적표가 내 성적표가 아닌 걸 알지만, 주부로 지내며 아이의 육아를 전담했던 나로선 입시가 다가올수록 불안한 맘을 떨칠 수가 없었다. 또 아이의 입시결과가 나쁘면 내지 난 노력의 결과를 평가받는 게 아닐까 하고 두려워했다.
남편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솔직한 심정을 나누었더니 남편은 아이의 결과와 상관없이 너는 아이들을 너무 잘 키웠다고 절대로 너와 아이를 입시결과로 평가하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백번 들어도 맞는 말이지만, 일도 없이 일삼아 아이들만 키웠던 나는 아이의 입시결과나 성적이 나쁘면 내 탓일 것만 같아 걱정한 것도 사실이긴 했다.
그래서 그냥 나대로 최선을 다해서 지내보려고 애써봤다.
성경을 매일 읽고,
배우고 싶었던 일도 배웠다.
거의 십수 년 만에 이력서를 내고 새롭게 일도 시작해 보았고,
예민한 고3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게을러서 한동안 내버려 뒀던 브런치에 글쓰기도 다시 시작해 보았다. 매일 조금씩 글을 쓰다 보니 한 발치 떨어져, 나와 아이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가장 잘한 노력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아이에게서 나를 분리해 보려고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를 받을 날짜가 다가오니 초조한 것도 사실이고 두려운 것도 떨칠 수가 없다.
그냥 쿨한 척 담담한 척하고 있을 뿐이다.
"잘했다. 잘했어.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건 이런 거야. 잘했어."
성경 읽기를 마치고 나서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