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오늘 무리 좀 했다.
원래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운동은 겨우겨우 억지로 하고 있다.
월수금 수영하고, 주 1회나 2회 시간 날 때 바레를 예약해서 하는데 지난 2주간 명절도 있고 밀린 집안일도 좀 하느라.
아니, 그냥 하기 싫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어서 운동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며칠 전 수영 재수강문자를 받고서야 안 간 지 2주나 됐구나 오늘은 가야겠다 싶어서 일찌감치 움직였다.
금요일. 오늘 안 하면 또 주말, 그러면 더 하기 싫어질 것 같아서 11시 반 수영인데 9시에 바레예약을 했다. 두 개를 하루에 다한 적은 없는데 몸도 찌뿌둥하고 좀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욕심을 냈다.
바레는 발레동작과 피트니스가 결합된 운동이라고 한다. 동작운동을 어려워하는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인 것 같아서 최근에 시작했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땀은 좀 나지만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이라 바레 마치고 수영 가면 좋을 것 같아 9시 반을 예약한 거다.
9시 바레, 11시 수영.
‘그래, 오늘은 제대로 해보자!’
의욕이 넘쳤다.
문제는 그 의욕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거.
바레 수업에서 몸을 쭉 뻗고, 근육을 당기며 중심을 잡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아직 막 멋지지는 않지만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도 들었다. '좋았어. 오늘 수영까지 뿌시겠어!'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수영장에 주차하고 시간이 여유 있어서 잠시 앉아있는데 갑자기 졸리다. 수영장에 들어가서는 그냥 샤워만 하고 갈까? 하는데
"아유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난 그만둔 줄 알았네..."
같은 반 아주머니가 인사를 하신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하다가 좀 쉬더라도 일단 가야지. '
막상 물에 들어가니 시원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쫓기지 않고 천천히 운동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30분쯤 지났을까...
"갈 때 접영, 올 때 배영. 4바퀴!"
한 바퀴.. 두 바퀴.. 도는데 다리가 찌릿찌릿..
느낌이 싸하다 했더니만 쥐가 났다.
겨우겨우 운동 마무리하고 씻고
여름내 입었던 옷들 세탁소에 맡기고 간단하게 저녁거리 장보고 집에 왔다.
집에 오자마자 장 본 거 정리도 안 하고 '털썩' 소파에 드러누웠다. 소파가 이렇게 푹신했나? 아주 등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팔다리도 아프고 정신도 아득해진다.
'아.. 저거 정리해야 하는 데에... 세탁기도 한번 더 돌려야 하는 데에에....'
"딩동댕동 띠리리리리~~~"
'엇! 큰 아이 하교알람인데? 몇 시야? 지금 4시라고?'
소파에 잠시 누워 쉰다는 게 2시간을 잠이 들어버린 거다.
츄루릅... 침.. 까지 흘리고...
몸은 참 정직하다.
꾸준히 하면 곧게 세워주지만, 몰아붙이면 단번에 표가 난다. 열심은 좋은데, 과한 욕심은 몸만 축난다.
수능을 한 달 앞둔 고3.
괜한 조바심에 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지금은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무리하지 않아야 하는데 공부가 잘된다고 괜히 1시 2시 버텼다가는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맥을 못 춘다.
우리 집고사미는 어찌나 여유로운지 페이스조절한다며 12시면 딱 정리하고 들어와서 1시 전에 잠이 든다. 좀 더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잔소리가 시작될 것 같으면,
"엄마. 제가 알아서 합니다. 다 계획한 대로 하는 거예요!"
하고 칼차단이다.
그래 엄마는 욕심부려서 오버페이스했다만
너는 좀 욕심부려서 오버좀했으면 좋겠는데...
참 여유롭구나 아들!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같이 쑤신다.
몸은 우리에게 솔직한 답을 준다.
넘치면 아프고, 모자라면 느려진다. 그러니 가장 이상적인 속도는 ‘꾸준히 버틸 수 있는 만큼’이다.
과유불급. 꾸준히, 천천히, 오래가는 게 결국 이긴다.
다음주부터는 욕심부리지말고 꾸준히 천천히 길게...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