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결국 댕댕이.
우리의 육아는 아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쑥쑥 크는 동안 우리는 온갖 작은 존재를 맞이하게 된다.
다리 많은 곤충들, 관리가 까다로운 열대어, 소라게, 친구사정으로 며칠이지만 밤새 요란스럽게 챗바퀴를 돌리는 고슴도치까지 우리 집을 스쳐 지나간 작은 생명체들이다.
아이들은 사랑을 나누어 줄 더 작은 무언가가 필요한걸까?
애착인형이나 장난감을 거쳐 의견이 멀쩡해진 때부터 꼭 무언가를 돌보고 싶어 했다. 결국 내일이라 관리도 귀찮고 무엇보다 혹시 잘못되어 죽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슬퍼하고 나도 무섭고 해서 매번 조율에 조율을 더해서 칭찬스티커를 꽉꽉 채워야지만 만날 수 있었던 작은 존재들이 우리 집에 왔었다.
우리 집에 제일 처음 와서 함께 지냈던 장수풍뎅이는 큰아이가 너무 행복해하며 톱밥을 갈아주고 젤리밥을 주고 소중하게 돌보았었는데 어느 날 움직이지 않는 장수풍뎅이를 보고 엉엉 울며 장수풍뎅이를 며칠이고 들여다보며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하며 기다린 날도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힘들게 힘들게 집 앞 화단에 묻어주고 다시는 데리고 오지 말자 했는데, 그 뒤로도 많은 작은 존재들이 있었다. 아이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쯤 키우고 싶어 하는 이웃에게 다들 잘 보내주어서 사람아이 말고는 더 이상은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작은 존재의 끝판왕이 남아있지.
우리가 자주 가는 대형마트 입구에 애견분양샵이 있었다. 꼬물꼬물 강아지들이 늘 있었는데 아이들은 마트 갈 때마다 거기서 한참을 강아지를 보고 왔다. 강아지들이 어찌나 이쁜지 나도 정신 단단히 붙들고 있지 않으면 홀리듯 들어갈 것 같다
'절대 안 돼! 강아지는 안돼!'
큰아이가 6학년 올라가던 1월.
가까운 지인이 강아지를 분양받았는데 사정이 생겨 키울 수 없게 되었다며 혹시 키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냥 한 번 보러 올래? ' 하셨는데 '그래, 한 번 보러 가는 거야 모. 강아지 그냥 보러 가는 거야.' 하고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다.
남편은 "우리가 한 번 키워볼까? 물론 집안일을 주로 해야 하는 자기가 힘들다 그러면 안 되지.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 그지?"
사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도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다롱이'었는데 깜장하양 얼굴이 있는 너무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 나도 다롱이를 처음엔 귀여워했는데 내피아노가방에 소변을 보고 악보를 다 적셨던 일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고 예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안 있다가 다롱이를 다른 집에 보내게 되었는데, 보내주고 들어오신 아빠가 우셨던 것 같은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도 온갖 작은 존재가 있었지. 운동회날 학교 앞에서 100원에 살 수 있었던 노란 병아리, 남생이, 주황금붕어..
그때도 우리 맘 데로 사 오거나 데려왔던 작은 존재들이 있었지만 돌보거나 떠나보내는 건 부모님이었던 일이 떠올랐다.
이쁘고 좋은 건 잠깐이고 결국 내 일이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를 계속 생각했다.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강아지가 있는 집으로 다 같이 갔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졸래졸래 따라간 아이들은 강아지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한다.
꼬불꼬불한 하얀 털을 한 푸들이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강아지가 날아갈 듯 꼬리를 마구 흔들며 내 무릎사이로 들어오는 순간.
무. 장. 해. 제.
'난 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이쁜 강아지를 어떻게 두고가.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셋째를 낳았다 생각하지머. 늦둥이가 있으면 아이들 사춘기도 없다고 했어. 흰둥아. 우리 집 가자. 가자...'
남편에게 내가 눈짓을 했다.
남편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진짜 진짜?'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끄덕!
"ㅇㅇ아, ㅇㅇ아 우리 이 강아지 데려갈까? 너네가 잘 돌볼 수 있겠어? "라고 하자. 큰아이가 강아지를 끌어안고 엉엉 운다.
"엄마, 내가 다 할게요! 똥도 치우고 산책도 시킬게.. 엄마 아아 앙... 엉엉..."
같이 있던 지인도 나도 큰아이가 우는 걸 보고 눈을 붉혔다.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집 막내로 오게 된 댕댕이 덕분에 아이들은 작은 존재에게 무한대의 사랑을 나눠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집안일이 배로 늘어난 것처럼 힘들 때도 있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은 두 배세배로 많아졌다.
나 혼자 살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결정이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가 기뻐하는 일에 호랑이 기운이 솟는 경험을 했다. 참 감사한 경험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데리고 온 댕댕이이지만 5년 넘게 우리 집에 지내는 이 녀석은 우리 부부에게 늦둥이자 사랑이다. 잠시 쓰레기만 버리러 나갔다 와도 궁둥이를 씰룩씰룩 날아갈 듯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는 녀석.
아이들이 다 제 볼일 보러 나가는 주말, 종종 남편과 풀밭이 넓게 펼쳐진 애견카페에 갈 때가 있다. 우리 댕댕이가 초록 풀밭을 막 뛰어다니는 걸 보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뽀송아 우리 집에 와주어서 너무 고마워. 너는 정말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