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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 바질페스토 파스타

ㅡ 집밥인데 밥 말고.

by Anne

오늘 둘째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았다.

고입입시를 치르는 기간이라 재학생은 재량휴업을 했다. 매일 새벽같이 나가던 아이라 오랜만에 늦잠 자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11시가 넘어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1시까지 어딜 간다고 했는데, 지금쯤 일어나야 밥이라도 한술 뜨고 나가지.'


"일어나. 일어나! 11시야! 12시 되겠다 얼렁 일어나! 밥은 뭐 먹을래? 밥. 미역국 있고, 떡국가능, 콩나물밥가능. 뭐?"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건데에... 밥 말고... 다른 거.. 파스타?!"

"파스타? 그건 밥이 아닌데 아침부터? 소스도 뭐 없는데, 바질페스토 있는데 바질페스토파스타 괜찮아? 그럼 그거 해줘?"

"네! 네네네!"


전에 코스트코에서 바질페스토 사다가 소분해 둔 게 있어서 그거 한 덩이, 우유 150ml, 새우 한 줌, 방울토마토 몇 개, 마늘 한 스푼, 미림 한 스푼, 후추 조금 넣고 그냥 막 끓였다.

바질페스토가 워낙 맛이 좋아서 솜씨 부릴 것도 없이 아는 맛.

마지막에 트러플 파우더 톡톡 뿌려 마무리.


"음... 엄마! 너무 맛있어요. 오랜만이다 진짜. 집밥!"


밥은 아닌데...

밥을 먹어야 든든할 텐데 애들은 꼭 파스타를 해달라고 한다.


옛날에 우리 엄마는 내가 라면 먹고 싶다고 하면

"그건 밥이 아니잖아. 그럼 밥한술 말아먹어. 그래야 든든하지." 하셨다.

엄마는 왜 그렇게 밥 먹으라고 하셨는지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알겠다. 밥 한 술 든든하게 먹여보내야 안심인 게다. 속이 뜨뜻해야 밖에서 뭘 하든 힘이 나지. 그땐 전혀 이해 못 했던 내가 엄마가 되더니 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참 신기하기도 하지.


'파스타 소스에 밥 비비는 건?.... 그.. 그래.. 그건 아니지?'


토마토소스가 조금 질렸다면 바질페스토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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