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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산책

ㅡ 뽀송이랑 가을 나들이

by Anne

당직하고 오전 근무만 하고 나온 남편이 퇴근하면서 전화를 했다.

"오늘 날씨 좋아. 뽀송이 데리구 나가자."

"어제 폭탄머리하고 나갈 수있겠냐더니... 나 데리고 다닐 거야?"

"귀여워 귀여워. 삐졌어? 더 날 추워지기 전에 우리 거기 다녀오자."


집에서 30분쯤 떨어진 외곽에 강아지 놀이터 카페가 있다. 산속에 있는데 강아지들이 줄 없이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라 가끔 데리고 다니는데 더 추워지면 가기 힘드니까 추워지기 전에 가자고 하는 거다.


집에서 간단히 점심 차려먹고,

야외에 앉아있어야 하니 옷 따숩게 입고!

뽀송이도 친구들 만나야 하니 곱게 세수하고 머리 빗고!

출바알.


카페에 갈 때 챙기는 가방이 있는데 그걸 챙기니까 이 녀석이 벌써 눈치채고 낑낑거린다.

"여보. 얘 눈치챘어. 얼렁가야돼"

한 참 가다 보면 한적한 도로가 나오고 창을 열면 쿰쿰한 비료냄새와 풀냄새가 섞여 코를 찌른다. 뽀송이는 그 냄새를 맡기 시작하면 흥분하면서 더 낑낑대고 내려달라고 난리다. 우리는 그런 뽀송이를 지켜보는 일이 너무 즐겁다.


이런 비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 공감할 테지만,

마치 아이 둘 데리고 에버랜드 오픈런하는 기분이랄까.

뽀송이가 즐거워하고 기대하는 모습이 그저 귀엽고, 너른 풀밭에서 꼬리를 팔랑팔랑 흔들며 냄새 맡는 모습, 다른 강아지들이랑 풀밭을 전력질주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는 일이 우리 부부의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얼마 전 남편과 우리 집 남매가 엄마아빠 앞에서 재롱부리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이때 참 귀여웠어. 그지? 세월이 참 빨라. 이제 애들에게 이런 표정은 찾기 힘들어. 바쁜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려나..."


잘 웃고 애교 많던 딸도, 아들도 사춘기도 겪고 K고등학생생활을 견디느라 힘든지 예전보다는 말수도 줄고 잘 웃지도 않는다. 부모는 그저 아이들의 고된 시간이 어서어서 지나가 주기를 기다려줄 뿐이다. 그러던 중에 만난 뽀송이는 우리 부부에게 늦둥이이면서 힐링덩어리이다.


요즘은 아이들보다 뽀송이 하고 지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 뽀송이 데리고 카페나들이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부부에게 힐링이 되어주고 있다. 우리는 강아지 놀이터에 가면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커피를 두 잔 시키고 앉는다. 그러면 뽀송이는 여기저기 쏘다니며 실컷 놀다가 우리가 있는 자리로 한 번씩 와서 인사를 하고 간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뽀송이의 꼬리가 덜 팔랑거리고.

하도 뛰어다녀서 혓바닥이 조금 삐져나오고.

간식이 생각나는지 우리를 찾아오는 간격이 짧아지면.

집에 갈 시간이다.


집으로 가는 차 안.

출발할 때 낑낑거리고 내리겠다고 고개를 세우고 창밖을 보던 뽀송이는 '날 잡아 잡수슈...' 하는 표정으로 온몸을 내 팔에 기대어 늘어져있다. 그러면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우리 부부는

"오구오구 잘 놀았쪄요? 피곤하지? 얼렁 집에 가서 씻고 자자."


집에서 뽀송뽀송하게 목욕하고 씻고 말려주면, 자기 집에 쏙 들어가 늘어지게 잔다.


아이들이 들어왔다.


"엄마. 뽀송이한테 좋은 냄새나는데 목욕했어요? 뽀송이 목욕했어? 놀이터 다녀왔쪄요? 구래쪄?훔훔 뽀송이 꼬순내좋아아아"


"뽀송아. 형아와따. 뽀뽀... 움... 부드러워 좋은 냄새. "


우리 집 막내 뽀송이는 좋겠다. 아니 고맙다.

우리 식구들 모두 바깥일이 힘들고 피곤해도 뽀송이 앞에서는 무장해제되니까. 온 가족에게 힐링이 되어주고 기쁨을 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저기요. 킁킁. 내려쥬세요.
신난다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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