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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쓰데이 - 백희나

ㅡ 나에게 집중하기

by Anne

구름빵작가 백희나작가님의 동화는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지금도 신간소식이 들리면 찾아 읽어본다.

구름빵이라는 소재와 이야기에 너무 뿅 반해버려서일까.

일단 믿고 달려가 찾아보게 된다


백희나 작가님의 동화는 뭔가 두 번 세 번 횟수를 더해가며 읽을 때 더 맛이 있다.


작년 12월 첫날 신간소식을 보고

딸아이와 서점나들이에서 구입했다.

선물로 옷장 모양 생일축하노래가 나오는 오르골도 받아서 신났던 기억이 있다.


주인공 제브리나는 요즘 집 밖에 나가는 일이 없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운이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저런... 혹시 '얼루룩덜루룩탈탈'에 걸린 것이니?

... 이제 곧 너의 생일이잖니. 선물 받고 기운 차리렴. "


제브리나가 좋아하는 조금은 별난 이모가 보내주신 선물은 커다란 옷장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옷으로 제브리나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옷이 한 벌씩 걸려있는 마법옷장이었다. 그 옷은 하루만 입고 다음날이면 물에 녹아 없어져버리는...


제브리나는 옷장 속의 옷이 데려다주는 날을 즐겁게 보내다가 생일날 당일 고깔모자만 남아있는 텅 빈 옷장을 보고 실망했다. 다시 제브리나는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데 이내 달라진 자기의 모습과 텅 빈 옷장 속의 옷이 아니어도 방 안에 틀어박히는 일은 없다.

이따금 마음이 무거워지면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밖에 나갈 수 있다. 제브리나는 이제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 수 있는 마법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요즘 내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나 엄마나 '우울증인 것 같다'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 역시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상담을 한 경험도 있었더랬다. 뭔가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주변을 신경 쓰게 된다거나 일상이 바빠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거나 해서 나를 돌보지 못한 탓이다.


제브리나가 '얼루룩덜루룩탈탈'에 걸려서 마음문을 닫고 눈가리개를 쓰고 지낸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친절한 조언도 그냥 잔소리 같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보이는 순간.

나만의 방법으로 무거운 기분을 떨쳐내고 나면 좀 살 것 같은.


내 친구 중 하나는 쇼핑으로.

또 하나는 드라이브로 바닷바람을

또 하나는 멋지게 차려입고 발렛이 되는 압구정동 브런치집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하는 걸로.

뭐 가지각각인 친구들 사이에서

제브리나의 옷장에 걸려있던 여러 콘셉트의 옷처럼

그날그날 친구들의 사정에 맞추어 꺼내 입고 무작정 따라가 풀어보기도 한다.

어떤 날은 그 시간이 무료하고.

어떤 날은 색다르고 환기가 되어 좋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그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나는

집안청소를 말끔하게 해 놓고 거실에서 믹스커피를 따끈하게 마실 때가 제일 좋다.

오늘은 그래서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다.

눈이 와서 귀차니즘에 그럴 수 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아이들 동화책이지만 생각하게 되는 책.

옷장에 옷이 터져나가게 들어있지만

매일 입을 옷이 없는 우리 중딩딸에겐

제브리나의 옷장은 그냥 갖고 싶은 옷장.

"그래서 엄마 제브리나가 어쨌다는 거야? "


#백희나

#해피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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