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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79 기다림

ㅡ 엄마는 24시간 대기 중

by Anne

엄마인 내가 아이들을 전담하기로 하고

아이들 픽업을 늘 내가 했다.


그냥 운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차에서 음악 듣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가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기껏해야 한 시간.

동네 한 바퀴 산책하거나 차에서 잠깐 앉아있어도 됐었는데

이제는 기본 두세 시간이니 차에서 대기는 힘들다.


책을 들고 카페를 가거나

근처에 약속을 잡고 차를 마시거나

맘먹고 지하주차장 구석에 자리 잡고 차에서 자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지만

어떻게 해도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뭔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라 그런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작은아이 예중입시를 치르면서 기본 2-3시간

큰아이 대치동 학원 다니기 시작하면서 3-4시간

이건머 한동안은 길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여긴 어디?! 난 누구?! 할 때가 있다.


기다림.


엄마가 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되었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대치동골목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법을 터득하며

기다리고 기다리고

강남역에서 놀다 오는 아이 지하철역 앞에 쫓아나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문득

밤늦게까지 입시학원에서 공부하다 나오면

가로등 제일 밝은 길목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도 나를 계속 기다리고 계셨구나.


다음날 일찍 출근하셔야 하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계셨구나.


엄마가 된 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커가기를 기다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지켜봐 주며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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