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오전 11시 애매한 시간.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진짜 진짜 움직이기 싫어하는 내가
가장가장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운동 수영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못하고 있다가 마침 동네에 스포츠센터가 새로 오픈해서 오픈멤버로 아주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수영 오전반은 경쟁도 치열해서 어지간해서는 대기해도 감감무소식인데 수강신청이 돼서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애매한 11시 수영은 인기 없는 시간대라 아주 좋다. 9시, 10시 반은 오전운동에 진심이면서 운동 후 모임이 활성화된 팀인데 나는 운동 후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11시 수영을 선택하길 잘했다.
오전 11시.
아침식사정리하고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고
건조기에 있는 빨래까지 다 개키고
각방정리까지 다아 끝낼 수 있다.
집안일을 꼼꼼히 살피고도 남을 시간이다.
나는 아주 기분 좋게 여유 있게 간단한 아침을 먹고 운동을 다녀오면 1시.
집에 와서 깨끗한 집에 앉아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마트를 들러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들어오면 된다.
우리 집 고사미가 하교하는 4시 전까지 두 시간정도 글을 쓰거나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한 편 보기도 한다.
가족들 저녁을 메뉴를 준비해 놓고 아이를 픽업하면 내 잔잔한 집안일 업무는 끝이다.
오늘은 오리발반이어서 25미터 풀을 25바퀴 돌았다.
열심히 운동하면 수영하면서 땀이 나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개운함이란!
새로 오픈한 수영장이라 깨끗하고 시설 좋은 샤워실과 탈의실이 너무 좋다. 당분간 운동을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집중하려고 시작한 이런저런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지내다 보니 고사미의 딴짓에 잔소리할 기운이 없다. 우리 점점 친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