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새벽에 모기 한 방 물리고서 쓰는 편지
비가 한차례 시원하게 내리더니 모기가 갑자기 늘었다.
여름 내내 모기를 거의 본 적이 없는데 가을바람이 시원해서 자주 창을 열어둬서 그런지 집에도 모기가 들어왔다.
가을모기는 더 독 하다고들 한다.
여름이 다 지나갔는데 불쑥 찾아와 잠을 깨운다.
귓가에 한 번 '앵'하고 나타나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젓는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끙차!'하고 일어나 불을 켜야 한다.
고사미의 불안도 그렇다.
모의고사 하나 끝났다고 안심할 틈도 없고,
곧 또 다른 시험이 다가온다.
작은 흔들림 하나가
생각보다 길게 남아 아이를 괴롭힌다.
아들 녀석은 작은 흔들림 하나에 잔뜩 예민해져 있지만.
먼저 조금 앞서 살아 본 우리는 알고 있다.
가을모기가 끝내 계절 앞에서 사라지듯,
네가 힘겨워하는 이 시간도 머지않아 지나가리라는 걸.
이 계절을 잘 견디고 나면
어느새 단단해져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너를.
엄마는 그저 응원하며 지켜본다.
요즘 부쩍 힘들어하는 표정도,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짜증스러운 모습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는 모습도
모든 게 다 네가 보내고 있는 힘든 계절의 순간이라서.
엄마는 별수 없이 니 눈치를 보며
'조금만 더 버티자'라고 하게 된다.
불안도, 부담도, 결국은 지나가겠지.
그런데 아들아
끝은 아니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매해 우리를 찾아오듯
네가 앞으로 맞는 여러 계절 속에서
너는 기쁨과 즐거움도 만나겠지만,
또 다른 불안과 부담, 고민을 만날 수도 있어.
그래도 네가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며 힘을 기른다면 다음 계절은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거야.
그깟 모기쯤이야. '탁'하고 한방에 잡을 수 있을 거야!
너는 힘도 세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오늘도 늦은 밤까지 풀타임으로 학원수업 듣느라 피곤하지?!
잠들기 전 엄마가 모기 있나 없나 샅샅이 다 찾아봤다.
걱정 말고 꿀잠 자거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