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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 긴긴 연휴 보내는 법.

ㅡ 명절을 반납한 고사미에게

by Anne

역대급인 긴 명절을 노는 시간 없이 보내야 하는 고사미.


꼭 '너' 때문 만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우리 가족은 조촐하게 우리끼리만의 명절을 계획하고 있다. 시댁식구들은 해외로 여행을 가셨고, 친정부모님도 해외로 근무지를 옮긴 남동생가족에게 다녀오실 계획이 생겨서 우리 가족만 덜렁 남게 된 추석 명절.

추석당일 점심, 친정부모님과 식사 한 끼를 약속하고 명절음식 번거로우니 간단히 한 끼만 하자고 내가 먼저 말씀드렸다. 남동생네 갈 때 가져가시려고 며칠째 밑반찬이며 김치거리며 준비하시는 부모님께 그냥 부담 없이 오셔서 한 끼 잡숫고 가셨으면 해서다.


고사미에게 이번 명절일정을 얘기하니까


"나 때문이에요?!"


"아니, 꼭 너 때문만이 아니라 어쩌다 그렇게 되었네. 모두에게 10일이라는 긴 휴가가 생겼으니 미뤄두었던 일을 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시간이 생겼잖아. 너한테도 10일이나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긴 것처럼. "


"엄마아빠도 이 긴 휴가를 어떻게 맛있게 나누어 쓸까 계획 중이야. 추석날 하루는 너도 가족식사할 계획을 미리 빼놓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쓰도록 해."


우리 집 고사미는 독서실을 다니고 있어서 아침에 나가면 종일 집에 없을 테니 내가 딱히 해 줄 일도 없다.

남편은

"너는 고3엄마지만, 그래도 되게 여유로운 거 아니냐?"

고사미는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니, 눈뜨면 약 챙겨 먹이고 간단한 아침 해먹이고 나면 끝.

오히려 '남편 너님과 둘째 녀석 연습실 픽업이 일이것다.'


나는 널널해도 걱정, 바빠도 걱정, 눈에 안 보여서 걱정, 보여서 걱정인데 말이다.


기나긴 명절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나도 계획 좀 세워보게. 저리 좀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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