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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5 고3의 졸업고사

ㅡ 의미 없는 시험은 없어.

by Anne

고사미의 중간고사기간이다.

수시일정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2학기 시험이 있다.

나도 아이도 이렇게 시험기간에 여유 있던 적이 없다.

작년에 고3엄마가 '아이가 시험 보러 나가면서 무슨 과목 보는지도 모르고 나가' 할 때 '에이 설마' 했다.


내신도 끝났고 수능준비로 정신이 없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시험은 졸업고사라고도 한다. 과목도 진로과목이나 성취도 평가과목이어서 부담이 없기도 하고 잘 보면 좋겠지만 대입지원이 다 끝난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크게 의미 없는 시험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찌 됐든 시험인데 장난처럼 본다거나 너무 가벼이 여기는 태도는 좋아 보이지가 않는다. 얼마 전 작은아이 시험감독을 갔었는데 3학년교실이었다. 일명 졸업고사이고 시험과목도 진로성취과목인 무용이론인가? 그랬는데, 그래서였겠지만, 시험지 받자마자 엎드려 자는 아이, OMR카드에 한 번호로 주욱 긋는 아이, 답을 지그재그로 그려가며 예술하는 아이.

졸업고사는 대충 보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거다.


괜한 노파심에 고사미에게

"시험준비야 꼼꼼히 못한다 하더라도 시험지 받자마자 엎드려자버리거나 한 줄로 찍고 나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시험감독하면서 보니까 좀 그렇더라. 엄마랑 감독관선생님만 서있었다니깐."

"엄마 별걱정을 다하십니다. 안 그래요. 그냥 요령껏 잘 찍고 오겠습니다." 한다.

'이노무시키. 뺀질뺀질해 가지고....'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기로 한다.


시험감독하는 동안 끝까지 고개 한번 떨구지 않고 시험을 보는 아이가 기억에 남았다. 그 아이의 성적은 알 수 없지만, 태도가 실제 성적과 상관관계가 있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성의 있게 시험시간을 대하는 학생의 태도가 보기 좋았다.


사소한 일이라도, 때로는 의미 없는 일이 될지라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의 있게 해내는 태도는 차곡차곡 쌓이고 내 것이 되어서 더 멋진 내가 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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