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칠육은 사십이
42일 남았다.
처음부터 매거진발행 목적이 아들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엄마도 뭐라도 해야겠지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디데이를 제목에 붙이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42일.
이제 딱 6주가 남았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이렇게 금방인데 준비하는 녀석에게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헤엑. 벌써? 이만큼밖에 안 남았다고?!"
아들방문 앞에 일 년 달력을 붙여뒀는데 고3일정이 워낙 많으니 한눈에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전에 칭찬스티커 붙이던 게 생각이 나서 고사미랑 재미로 스티커를 붙여가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빈칸도 얼마 없다.
처음 아무 일정이 없던 달력을 붙이면서 일 년 잘 보내보자 했는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오늘이네.
요 며칠은 스티커 붙일 정신도 없었는지 지난날짜가 텅텅 비어있길래 스티커를 막 붙였다. 이래저래 바빴던 날처럼 스티커를 마구 붙이고 나니 오늘 날짜.
요즘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잠드는 아들 녀석이
"내일부터 연휴니까 늦잠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서 할게요!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한 거 아니야?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거지?"
라고 물었다가 찬바람만 쌩~~~
어이구. 참을걸. 말하지 말걸...
"알았다 알았어. 네가 계획한 대로 하는 거지머. 며칠 쉰다고, 더한다고 머 얼마나 차이 나겠냐. (차이 날 텐데... 말을 말아야지.) 오늘 푹 자고! 대신 핸드폰 두고 들어가고! 일찍 일찍 자고오오오."
방으로 들어가는 뒤통수에다 계속 우다다다다...
그래. 얼렁 들어가 버렷!
널 보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될 것 같아!
너보다 조금 더 살아보고 경험한 게 많은 엄마는 조바심이 나서 그래. 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러는 거야.
엄마는 네 담임선생님과 학기초에 상담할 때 너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셨던 말이 참 좋았어.
'네가 열심히 하지 못한걸 스스로에게 미안해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라고 물어주신 말이 마음에 쏙 들어오더라고.
고3만 수년을 하셨다는 선생님이 남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보셨겠니?! 되려 엄마를 위로해 주시면서 너는 착하고 귀엽다고 어디 가서도 사랑받고 씩씩하게 잘 살 거라고 하셨는데 그냥 엄마는 칭찬으로 들었어.
"저 녀석이 정신만 차리면 더 잘할 텐데요"
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칭찬으로 듣고 웃었지모야.
그래도 네가 고3 들어와서 열심히 잘 지내주어서 고마워.
학기 초 선생님 말씀을 너도 잘 새겨들어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느라 애쓰고 있다는 거 알아.
공 차고 싶고, 공 던지고 싶고, 공치고 싶은 것도 참고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알아.
이제 정말 42일. 딱 6주 남았다.
이후에 어떤 결과가 되던 12년 학창 시절을 후회 없이 마무리해보자.
오늘도 뒤통수에 대고 '우다다다다' 해서 미안해.
우리 아들 오늘도 꿀잠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