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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라, 그러나 전진하라

두 가지를 잘 조합하기

by Nova B

'거짓말쟁이의 역설 (Liar's Paradox)'이란 것이 있다. 이 역설은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반면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된다.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명제는 진실과 거짓 간의 끊임없는 모순이 반복된다.


거짓말쟁이의 역설과 비슷한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명제란 없다"라는 명제를 떠올린 적이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명제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명제란 없다"는 완벽한 명제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하다고 판단된 명제에 따른다면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명제는 없다"라는 명제는 거짓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역설은 생각의 파문을 던진다. 필자는 '절대적'이나 '무조건', '반드시'와 같은 단어 사용을 지양한다. 100%의 확신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맹점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의 확신을 나타내는 단어는 필자에게 잠시 멈추라는 트리거가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100% 맞는지 의심한다.


또한 필자는 서로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옥시모론(Oxymoron)과 같은 수사법을 좋아한다.

작은 거인, 소리 없는 아우성, 공공연한 비밀, 달콤씁쓸, 시원섭섭, 필사즉생 필생즉사 등등.


필자가 모순된 표현과 명제를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개인과 사회가 직면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의 답은 상반되어 보이는 역설을 잘 종합해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의 이전 철학자들의 상반된 주장을 종합하였다.


"인간은 지식을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질문에 철학은 두 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지식이 얻어진다는 경험론과 인간의 감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성적 사고를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한다는 합리론이다.


베이컨은 경험론을 외부로부터 단지 재료를 모아 그대로 사용하는 개미, 합리론을 거미줄을 스스로 뽑아내 사냥하며 자신의 힘만을 믿는 거미라고 비유했다.(실제로 자연계에서 개미는 재료를 모으기만 하지는 않는다. 농사를 짓는 개미도 존재한다)


그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는 두 철학이 합쳐진 꿀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꿀벌은 정원이나 꽃밭으로부터 재료를 모아 효소로 소화시켜 꿀을 만든다. 이런 꿀벌처럼 외부로부터 얻은 경험적 지식들을 이성적 지식으로 사유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방법이었다.


철학뿐 아니라 인류가 쌓아온 지혜는 이렇게 미리 존재하던 모순의 통합을 통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의심하라, 그러나 전진하라", 이것은 필자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역설 중 하나이다.


필자의 한 친구는 몇몇 특정 사실에 대해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 믿음의 전제하에 묵묵히 행동해 나갔다. 필자는 맹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믿는 것을 상당히 경계했지만, 의문만 던지고 행동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고 행동하지 않고 의문만 던진 자신을 반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존재했다.


필자는 "의심하지 않고 행동하기"와 "행동하지 않고 의심하기"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사고에 매몰되어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답은 양극단의 사이에 있다.


"행동하지 않고 의심하기"로 시간을 허비한 필자는 이러한 교훈을 얻었다.

"대안 없는 불평은 공허하다"

행동하지 않고 의심과 비판만 하다가 나아가지 못했다. 필자와 다른 친구를 보며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친구는 맹목적인 믿음 이상으로 세상을 넓게 보진 못했다. 추진력은 있었지만, 자신이 믿는 지식 이외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지는 않았다.


필자는 "의심하라, 그러나 전진하라"의 역설을 잘 종합해보고자 한다. 역설과 모순은 여전히 어렵지만, 대다수의 답은 두 가지를 잘 조합한 어딘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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