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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Sep 20. 2024

당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눈의 맹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실험이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다. 따라 해본다면 정말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 눈은 감고 왼쪽 눈은 멀리 있는 한 곳을 정해 시선을 고정한다. 그런 다음 왼손 엄지손가락을 세운 채 왼팔을 앞으로 곧게 뻗어 시선의 중앙에 맞춘다. 시선은 먼 곳을 유지한 채 왼손을 천천히 왼쪽으로 움직이다 보면 약 15도 정도의 각도에서 엄지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구간이 발생한다. 우리의 한 쪽눈이 보지 못하는 '맹점' 구간이다.


평소에는 양쪽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한쪽 눈의 맹점은 다른 쪽의 눈이 보완해 준다. 이런 결론을 통해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다소 뻔한 결론에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맹점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이다.


다시 엄지손가락이 보이지 않던 구간으로 돌아가보자. 현재 오른쪽 눈은 감겨 있기 때문에 왼쪽 눈의 맹점을 보완해주지 못한다. 그런데 그곳은 엄지손가락은 아니지만 '무언가'가 보이긴 한다.


맹점이라는 것은 해당 구간에서의 빛 정보가 망막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왼쪽 엄지손톱은 존재하지만 엄지손톱에서 반사된 빛이 눈에 도달하지 못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쪽 눈만 뜨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맹점 구간은 마치 블랙홀과 같이 검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엄지손가락이 사라진 지점은 검게 보이지 않는다.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아도, 우리 시야에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명백히 존재하는 맹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Filling-in이라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 시스템에서 누락된 정보를 곧장 채워 넣는 것이다. 마치 사진에 특정 피사체를 AI 지우개로 지웠을 때 주변과 알맞게 채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곳에는 분명 나의 왼쪽 엄지손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점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시각 시스템이 채워 넣는 정보로 인해 맹점을 인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실험을 통해 '맹점'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해당 실험 전, 필자는 우리 눈에 맹점이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실험 중에서도 맹점 부분이 검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제정신이라는 착각> 책의 저자가 그 부분을 지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맹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맹점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이 상태에서는 왼쪽 엄지손톱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맹점을 인지하면 보이지 않는 엄지손톱도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의 인지 시스템에서도 수많은 맹점(인지편향과 같은)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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