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현우 Mar 05. 2016

나 자신을 PR하기 어려운 나, 비정상인가요?

[포장하려 애쓰지마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입니다.
올해 취업을 목표로 친구들하고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하는 중인데요.

평소 성실하고 지구력이 좋은 편이라서 자격증 준비나 학점 관리는 잘하고 있는 반면 
제 자신을 PR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무척 약한 편입니다.

친구들은 '다들 독창적인 방법과 아이디어로 본인만의 개성 넘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같은데요.
저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이런 식의 식상한 글 외에는 어떻게 PR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개인의 능력 차이가 크지 않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자기 PR이 취업하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제 입으로 제 자랑을 하려니까 너무 부끄러워요

나 자신을 PR 하는 게 어려운 나, 비정상인가요?

 < 출처 : jtbc 비정상회담 >



왜 자소서에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으로 접근하니 자소서가 어려운 거다. 자소서는 문학이 아니다. 장르로 따지자면 논설문+수필에 가깝다. 논설문 즉, 본인의 주장을 담은 글이되, 내용의 소재는 본인이기 때문에 두 장르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무엇을 주장해야 하나? 본질적으로는  내가 그 회사에 필요한 사람임을 주장하면 된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소서의 문항에서 원하는 항목에 대해 주장하면 된다. 

예컨대,'책임감을 발휘했던 경험'이라는 문항에서는 '나는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를 주장하면 된다. 그 근거로서 책임감을 발휘했던 사례를 들면 된다. 여기서 어떤 아이디어나 독창적이거나 본인의 자랑은 필요치 않다. 단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이 사람은 업무를 맡았을 때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겠구나' 만 설득하면 된다. 왜 여기에 아이디어, 독창적, 자랑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설득과 논리, 적합한 사례만 필요할 뿐이다.

자기소개서, 자기 PR이 어려운 이유는 문학으로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다. 면접관을 감동시키려 한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자기 PR, 면접은 감성의 영역이라기보단 이성의 영역이다. 감동보다는 설득이 필요하고, 지어내려기 보다 어떤 근거를 들어 어떻게 설득해야 설득력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요컨대, '선언적, 관념적, 의례적, 상투적, 추상적'인 표현으로는 설득이 안된다. 이러한 '레토릭', '클리셰'에서 벗어나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논리로 상대방(면접관)을 설득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면접관은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사람이고 회사에서 원하는 평가항목은 정해져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평가항목에 맞춰 본인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음을 설득하는 것 단 하나이다.

형사가 범인을 취조할 때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다'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다. 면접관도 마찬가지다. 자소서와 면접에 '일관되고 구체적인' 본인의 모습을 보고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면접관은 본인이 자소서에 쓰고, 면접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면접관이 궁금한 것은 평가요소 즉, '책임감이 있는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문제해결능력이 있는지' 만 궁금할 뿐이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역지사지' 흔히 쓰는 말이지만 실천이 잘 안된다. 자기소개서는 본인이 보려고 쓴 글이 아니다. 누가 보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는지를 생각하고 써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잘 못하는 듯하다. 보는 사람은 면접관이고, 보려고 하는 것은 그 문항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면접관은 그 자소서를 꼭 봐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면접관은 '갑'이고 본인은 '을'이다. '을'도 아니고 갑을병정의 '정'쯤 된다. 불편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따라서 내 자소서가 면접관에게 읽히기 위해서 내가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나는 쓸 테니 네가 알아서 봐'란 식으로 자소서를 쓰고 있다. 그런 자소서를 면접관이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 본인의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왜 꼭 면접관이 당신의 자소서를 주의 깊게 봤다고 생각하는가?
면접관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가?


현실을 좀 즉시 하자. 본인 말고도 뽑아 달라는 사람들이 밖에 수백, 수천 명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읽기 싫은 자소서 읽을 필요가 없다. 자소서의 목표가 내 자랑이 아닌 읽힐 수 있는 자소서가 돼야 하는 이유다. 철저하게 상대방을 위해 쓸 필요가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듣는 사람 위주가 돼야 한다. 억울하지 아니한가. 난 분명 말했는데, 면접관은 못 들었다. 그럼 안 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역지사지, 항상 보는 사람 입장, 듣는 입장에서 가장 보기 편하게, 가장 듣기 편하게 해줘야 내 자소서가 읽히고, 내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 내가 주의 깊게 보거나 듣지 않으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는데 좋은 평가를 하겠는가. 면접관도 일을 하러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일(평가)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래야 본인에 대한 평가도 후해진다.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부당하게 질문을 받았을 때, 거짓말을 권한다기 보다 거짓말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질문에는 목적이 있다. 이 질문의 목적은 명확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떨어질 답변을 하는가. 본인의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란 뜻이다. 

이것도 면접관 입장에서 보자. '내가 정말 그러한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의 사람만 뽑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단순히 나도 일을 하러 들어온 것이다. 회사에서 그런 지침이 있었다면 그 지침에 맞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굳이 목적이 명확한 질문에 다른 답변을 한다면 그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사람은 조직생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유연하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변을 해주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보다 더한 경우 얼마든지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이라도 때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아량도 있어야 한다. 사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나와 다른 사람도 인정해주고 그들과도 소통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면접관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솔직하게 '그런 경험이 없다, 못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보다는 거짓말이라도 하는 사람이 낫다. 그것도 능력이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일을 시키면 '그래도 뭐라도 해오지 않겠는가' 뻔히 면접에서 물어볼 것을 알고 있으면서 솔직하게 '없다'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솔직해서 좋다'라기 보다 그런 답변도 준비해오지 않는 '성의가 없다'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면접관이 궁금한 것은 '솔직한가'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가'이다




자기 PR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PR를 듣는 혹은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나의 어떤 것에 대해 궁금할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질보다는 포장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정작 내용에 알맹이는 없는 채 화려한 수사와 비유만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주장만 있다. 선언적, 관념적, 의례적, 추상적, 상투적인 내용은 다 제외한다. 남는 건 정확한 팩트에 입각한 정보와 근거만 남긴다. 포장은 필요 없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감성의 영역이 아닌 이성의 영역이다. 

면접관을 웃기고 감동받게 하려 애쓰지 마라. 본인의 인생에 감동받을 면접관은 없다. 25~30살 인생에 감동받을 내용이 뭐가 있겠는가. 단지 '내가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다'를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사례)로 설득하기만 하면 된다. 포장에 현혹될 사람들이 아니다. 포장지는 필요 없다. 내용물만 남겨둬라. 본인의 자소서가 읽히는 시간은 단 1분 남짓이다. 포장지에 눈길을 줄 시간은 없다.



포장하려 애쓰지 마라. 포장지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지은이 소개


<국가란 무엇인가> 지은이 소개



위 글은 똑같은 사람의 자기소개다. 하지만 내용이 전혀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인 듯. 이것이 바로 읽은 사람(독자)에 맞춘 자기소개이다. 읽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하니 전혀 다른 자기소개가 나온 것이다. 

물론 쉽진 않다. 안 해봤기 때문에. 대부분이 본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다 취업시즌이 되면 그때야 부랴부랴 하려고 한다.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본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되도록 빨리 확인해보자. 그래야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수가 있다. 시행착오는 나쁜 게 아니다. 너무 효율적으로 사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다.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그게 많이 남는다. 

- 헨 리 샘 -  


청춘의 취업 구매하기 http://www.bookk.co.kr/book/view/56447

헨리샘의 공기업 취업 blog.naver.com/novas99

매거진의 이전글 열패감을 버리고, 성공의 습관을 들여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