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조금은 우울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프롤로그

by 노바써니

심리테스트에 한창 관심 많았던 열다섯,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를 했는데 최고점이 나왔다. 그 후로 몇 번을 다시 해봐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치료비가 비쌀 거라는 생각에 부모님에게 아프다는 말조차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평생 죽을 때까지 우울을 껴안은 채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우울은 매번 같은 강도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다시 상태가 나빠질 때는 의지와 상관없이 훨씬 깊은 우울이 나를 찾아왔다. 계속 무거워지는 우울의 시간이 20년 가까이 쌓여 가던 어느 날, 작은 사건을 계기로 나는 무기력에 잡아먹히게 되면서 산송장이 되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현재 우울증 치료를 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두 달 가까이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연락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우울해? 누구나 조금은 우울한 거 아니야?”라고 살짝 날이 선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려 애썼지만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건 무리였다.


조금 우울한 정도가 아니라 365일, 1분 1초가 계속 우울하면 어떨지 당신은 상상해 본 적도 없겠지. 나도 그랬다. 누구도 그런 유쾌하지 않은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러나 당신이 내게 물은 ‘우울증’이라는 녀석에 대해 답을 해보자면 이렇다.

녀석이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 다니는 통에 슬픈 일도 없는데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도저히 눈물을 멈출 수가 없고, 어깨가 무겁고 등이 아파 억지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저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몇 년이고 지속되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떠오른다. 녀석에게 붙잡히면 행복할 틈 따위는 없다. 이게 내가 겪었고, 겪고 있는 녀석이다.


지금은 우울증에 대해 조금 편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예술가의 훈장 같은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예민하고 원래 그런 성격으로 판단해 넘겨버릴 문제도 아니다. 적어도 내게 찾아온 우울이란 녀석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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