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맺은 인연

by 노바써니

2016년, 서른이 되었고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연고가 전혀 없는 도시는 내게 여전히 낯설었다. 나름 새 도시에 녹아들기 위해 동호회 활동도 해봤지만 그것은 또 다른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었고, 어딜 가나 사람들은 내게 연애를 권했다.

여기서 연애하다 결혼도 하고 정착하면 조금 정이 붙지 않겠냐며.


그런 말을 들으니 뜻하지 않게 연애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 일었다. 마치 나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다는 듯 누군가를 찾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모두 뜯어말렸다. ‘반드시 네가 상처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끝없이 받았음에도 마음이 끌리는 걸 멈추지 못했고 계속 여지를 주던 그 사람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추근대는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 사람에게 실망과 분노가 일었고, 비뚤어진 내 마음은 ‘나도 갑의 연애를 하고 말 거야!’라고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함부로 인연을 맺었다. 나보다 여러모로 부족해서 당연히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났다. 그냥 사랑받기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급하게 먹은 밥에 체하듯 나는 함부로 맺은 인연에 데이고 말았다. 그는 툭하면 갈등을 피했고, 핸드폰을 꺼버리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식으로 자기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처음에는 3~4시간 만에 연락이 되었는데, 점차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루, 이틀… 그의 잠수가 길어지는 만큼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찢기는 듯한 지옥을 맛보는 건 오히려 나였다.


4달 가까이 그런 줄다리기를 반복하며 그를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그는 영영 떠나가 버렸다. 네 조건에 비하면 나는 과분한 사람이라며 자만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포장했지만, 현실은 결국 그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꼬라지였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을의 연애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맛보아야 했다.

우리를 아는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그에게 제발 연락 좀 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눈물 젖은 하소연을 몇 번이고 했다. 구질구질했다. 내가 얼마나 한심해 보일지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당장 연락이 안 되면 내 심장이 폭발해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런 내 추악함에 끝내 질려 버렸을까? 나에게 사랑을 채워줄 유일한 존재라고 믿었던 그는 결국 사라져버렸다. 이제 누구와 함께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듣고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할 때도 혼자, 쉴 때도 혼자, 놀 때도 혼자였던 나는 내게 필요한 모든 사랑을 그에게서 찾으려 했고, 결국 끝없는 공허함 속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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