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마음

(백아연 - 쏘쏘)

by 노바써니

썸을 타다 타다 질려 버린 탓일까? 누구를 봐도 마음이 쏘쏘했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뭐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실 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각관계를 겪고 난 후, 8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다. 사각관계라는 게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그즈음 남자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도 한몫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친하게 지내는 남사친이 많았다. 그중에는 모솔인 친구들도 많았는데, 녀석들과 문제가 생겼다.


K와의 관계가 그렇게 끝나고 결국 내 선택의 끝은 L이었는데, 만난 지 1년이 다 되기도 전에 L은 군대에 가고 나는 그의 제대를 기다렸다. 그런 나를 보는 남사친들은 좀 요상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루는 제대 기다리다 열에 아홉은 헤어진다며 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냐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다 또 하루는 자기들끼리 누가 나와 사귀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봤단다.

What the fxxk?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구나 싶었다. 이 모솔들은 나를 친구가 아니라 여자로 보고 있었던 거다. 그 이후로 그들과 거리를 두다 한 번 대판 싸운 후 연락을 끊었다.


그랬는데. 30대를 코앞에 두고 스물아홉에 괜히 마음이 술렁여서 의미도 없는 소개팅만 하고 다닌 것 같다. 스물아홉에는 그랬다. 올해도 연애를 안 하면 영영 20대의 연애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으니까. 20대의 연애를 한 번만 더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20대 후반이니까, 좀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만 먹었을 뿐, 내가 아직도 애정이니 애착이니 하는 관계에 있어서 한참은 더 어리광 부리고 싶어 한다는 것만 깨달았다.


그런 한편 내 나이가 스물이던 스물아홉이던 다가오는 남자들은 다 비슷비슷했다. 썸 타던 남자 중 한 명은 어느 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작정한 것 같았다. 나에게 단둘이 술을 먹자고 권했고, 자신이 주당이라며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그날따라 나는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고 그는 정신을 놓았다. 아마도 자발적인 영혼 가출인 듯했다.

그는 우리 집 앞에 와서 헤어지기 아쉽다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고, 정확하게 두 손을 내 엉덩이 위에 올려놓았다. 누가 보든 말든 나에게 키스를 하려고 시도하는 그에게 몹시. 몹시 짜증이 났다. 나는 그런 뉘앙스를 전혀 풍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


혼자인 것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둘이 되는 게 더 나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내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야만 한다는 강박에 매달렸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결국 누구를 만나도 쏘쏘였던 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의 뿌리가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결국 쏘쏘로 끝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내 20대의 마무리에 대해 고민할 것을. 그랬더라면 난 지금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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