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웅식 Feb 21. 2024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6)

돋보기안경은 자기를 쳐다보지 않으면 눈을 크게 뜨라며 돋보기로 내 눈동자를 살펴볼 것 같다. 나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망치를 들이대며 나의 무릎을 겨냥할 것이다. 나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으면, 그는 나의 무릎을 부술지도 모르겠다.

 “옷 입어.” 

 은경 선생님의 목소리라 들렸다. 고개를 돌려봤다. 재구가 옷을 벗고 있다. 팬티 한 장 남았다. 몸도 좋지 않은데, 왜 그렇게 옷을 벗는지, 모를 일이다. 우람한 근육이 있기는커녕,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상처투성이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무엇인지 손에 잡히기만 하면 자기의 몸을 찌르고, 긁었다. 볼펜, 가위 등 같은 학용품으로 자기의 팔과 허벅지를 들쑤셨다. 내가 아끼던, 혁명을 꿈꾸던 나의 자원봉사자가 나에게 준 돛배도 손으로 쥐고 머리로 부숴 깨뜨렸다. 그는 파란 상자의 무법자이다. 

 “옷 입으래도.” 

은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팬티도 벗어버렸다.

 “어머”라는 소리를 내며, 여자 자원봉사자들은 고개를 살짝 돌려 두 손을 펴 눈에 대고 손가락 사이로 재구를 쳐다봤다. 은경 선생님도 여선생님인데,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은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옷 입으래도. 선생님 화났어. 재구야.” 

 “재구야. 빨리 다리 들어.”

 은경 선생님은 손에 팬티를 들고는 재촉했다. 재구는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 자기의 뺨을 쳤다. 선생님의 손이 올라가고, 재구의 손을 끌어내렸다.

 “가만있어.” 

재구의 두 손을 잡은 채 선생님이 무섭게 재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재구는 은경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재구는 다리를 올려, 팬티 구멍에 다리를 넣었다.

 “재구야, 왜 화가 났니?” 

은경 선생님은 재구가 옷 입는 것을 거들어주었다.  

 “재구는 화가 나면 옷을 벗는답니다.”

 은경 선생님은 자원봉사자에게, 재구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재구가 화가 난 이유는 부술 것을 손에 쥐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