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모양에 따라 구름 이름을 붙였다. 버섯구름, 수박구름, 벌집구름, 폭포구름, 모자구름, 코끼리구름, 깔때기구름,…… 사십일 동안의 홍수가 생겼을 때는 어떤 구름이 있었을까? 깔때기구름이 있었을 것이다. 하늘에 있는 모든 물을 모아 한꺼번에 한 구멍으로 쏟아버렸을 것 같다. 깔때기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을 때, 구름 아래에 드러누워 두 팔을 벌리고, 비 받는 시늉을 해 보고 싶다. 내가 기다리는 비가 언젠가는 내릴 것이다.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릴 때, 나는 배를 띄우고 둥둥 떠내려갈 것이다.
문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선생님이 문을 여니, 모자와 마스크를 쓴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나의 자원봉사자이다.
“선생님, 오늘 좀 늦었죠.”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허리를 숙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를 보았다. 저녁 다섯 시가 넘어가고 있다. 말이 뻐꾸기시계이지 뻐꾸기가 튀어나와 ‘뻐꾹 뻐꾹’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나는 볼 수도 들어볼 수도 없었다. 뻐꾸기는 시계 안에 갇힌 모양이다.
“집회 그만 찾아가요,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진 지가 언젠데, 무슨 민주 투사예요?”
“선생님. 사회가 병들어 있어요. 혁명이 필요해요. … … 오늘, 제가 늦게까지 남아 청소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잡혀가요. 빨간 줄 그어진다고요. 혁명 안 일어나요.”
“사람이 아프면 의사가 필요하잖아요. 사회가 병들어 있으니 혁명가가 필요해요.”
“혁명 그만 말하고. 공부해요.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예요.”
그는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것 같다. 자원봉사는 빌미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잠을 잘 집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배를 만들면 그는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었다.
“너도 혁명을 꿈꾸는구나.”
그가 나에게 나무로 만든 돛배를 주었다. 나는 그 선물을 파란 상자의 창틀에 놓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 돛배를 재구가 산산조각 내 버려서 이제는 없지만 나는 돛배가 있었던 그 자리를 보며 돛배를 떠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