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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Feb 21. 2024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7)

 여러 가지 모양에 따라 구름 이름을 붙였다. 버섯구름, 수박구름, 벌집구름, 폭포구름, 모자구름, 코끼리구름, 깔때기구름,…… 사십일 동안의 홍수가 생겼을 때는 어떤 구름이 있었을까? 깔때기구름이 있었을 것이다. 하늘에 있는 모든 물을 모아 한꺼번에 한 구멍으로 쏟아버렸을 것 같다. 깔때기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을 때, 구름 아래에 드러누워 두 팔을 벌리고, 비 받는 시늉을 해 보고 싶다. 내가 기다리는 비가 언젠가는 내릴 것이다.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릴 때, 나는 배를 띄우고 둥둥 떠내려갈 것이다.

 문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선생님이 문을 여니, 모자와 마스크를 쓴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나의 자원봉사자이다. 

  “선생님, 오늘 좀 늦었죠.”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허리를 숙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를 보았다. 저녁 다섯 시가 넘어가고 있다. 말이 뻐꾸기시계이지 뻐꾸기가 튀어나와 ‘뻐꾹 뻐꾹’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나는 볼 수도 들어볼 수도 없었다. 뻐꾸기는 시계 안에 갇힌 모양이다. 

 “집회 그만 찾아가요,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진 지가 언젠데, 무슨 민주 투사예요?”

 “선생님. 사회가 병들어 있어요. 혁명이 필요해요. … … 오늘, 제가 늦게까지 남아 청소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잡혀가요. 빨간 줄 그어진다고요. 혁명 안 일어나요.”

  “사람이 아프면 의사가 필요하잖아요. 사회가 병들어 있으니 혁명가가 필요해요.”

  “혁명 그만 말하고. 공부해요.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예요.”

 그는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것 같다. 자원봉사는 빌미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잠을 잘 집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배를 만들면 그는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었다. 

 “너도 혁명을 꿈꾸는구나.” 

그가 나에게 나무로 만든 돛배를 주었다. 나는 그 선물을 파란 상자의 창틀에 놓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 돛배를 재구가 산산조각 내 버려서 이제는 없지만 나는 돛배가 있었던 그 자리를 보며 돛배를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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