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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Feb 21. 2024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10)

 신비로운 빛줄기가 담벼락을 포위했다. 나는 눈을 껌뻑거린 후 담벼락을 쳐다보았다. 담 너머에서 헨델의 메시아 곡이 흘러나왔고 파르르 파르르 날갯짓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천사다. 천사를 포획해야 한다. 천사를 굵은 밧줄로 잡고, 고문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물어봐야 한다. 

‘당신이 신이 보낸 사자인가?’

‘나에게 구끼, 라는 말을 넣은 것이 당신인가?’ 

 나는 담벼락으로 갔다. 사람들은 돋보기안경에게 신경을 쏟고 있다. 나는 철제 사다리를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으로 전달되었다. 나는 철제 사다리를 올랐다. 나의 몸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사다리이다. 나는 하나, 둘, 셋, 하고 다리를 옮기고 팔을 뻗으며 올라갔다. 약간 어지럽다. 나는 담벼락에 간신히 걸터앉았다. 균형이 깨졌는지, 사다리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천사는 없었다. 천사들은 또 사라진 모양이다. 천사들은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 것 같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를 몰려오게 하는 먹구름은 없다. 저 지평선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낮과 밤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둠이 서로 섞이면서 아름다운 색채를 만들고 있었다. 붉은색의 노을이 하늘로 점점 번져나갔다. 노을은 환상적인 음악의 악보 같았다. 천사들은 그들의 신이 만들어낸 위엄을 찬양하지 않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좋은 풍경화가 될 것 같다. 낮과 밤이라는 재료를 적절히 혼합하면 이 그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집트 공주에게 이 장엄한 광경을 보여주어야겠다. 다시 담에서 내려가서 이집트 공주를 데려와야겠다. 

 내 겨드랑이에 누군가가 손을 찔러 넣었다. 나를 담벼락에서 들어올렸다. 천사의 손인가? 나를 들어 올린 손이 흔들거렸다. 나를 허공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우기야. 바깥 풍경이 그렇게 보고 싶니?”  

 “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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