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웅식
제주작가 신인상 시 부문 수상작 (1)
4월의 우물
최웅식
구름을 비추지 않는 우물이 있어요
엄마의 눈을 닮은 아기가 가라앉아요
물을 들어낼 수 없어요
젖먹이를 우물에 빠뜨린 엄마는 웃었어요
동굴에 숨어 지내도 첨벙 소리가 나요
엄마는 어둠 속에서 아기를
놓은 손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죠
입을 가리고 울다보니 웃음이 나오나봐요
울음소리가 나면 모두 죽는 거래요
나뭇가지처럼 숨은 총들이 사라졌어요
불타버린 집들이 보여요
4월의 우물은 검어요
예전처럼, 예전으로
따위의 말은 없으니 하지 말아요
그녀의 눈에 도깨비꽃이 피었어요
고인 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아요
폭우가 와서 우물에 있는 물이 넘쳐흘렀어요
손톱이 빠질 만큼 물을 헤쳐도 속이 보이지 않아요
마을 사람들이 요동치는 그녀의 팔과 다리를 잡아요
우물을 빨리 메워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요
문을 잠그지 말아요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는 힘없는 이빨로
방을 동여맨 줄을 끊어요
아기의 눈동자에 검은 물이 들어가요
그녀는 웃으며 우물 주위를 돌아다녀요
울음소리를 내몰 수 없는 남편은
한라산에 낮게 깔린 안개를 보곤 했어요
엄마의 눈물을 받아내는
우물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