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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정

by 최웅식

제주작가 신인상 수상작 (4)


압정

최웅식


내가 너에게 지은 이름은 빛깔

색깔을 그려내는 하루가 지나갔지만

아직 너에겐 손가락은 없다


너를 커다랗게 확대한 초음파 사진을

압정으로 방문에 붙였다

너의 머리는 몸보다 훨씬 크다

물을 밀어내는 허벅지는 두툼하다

이제 아빠구나, 라는 생각이 불끈, 불끈

비어있는 서랍을 채운다

아빠가 아닌 보호자를 부른다

의사가 너를 가위로 자르고

긁어낸다

버스에서 흐르는 햇빛이

눈을 쪼아댄다

방문에서 압정이 떨어졌다

눈물은 압정

아내를 찌를까봐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얼굴에서 압정이 흘러내린다

네가 없는 방에서

손바닥에 있는 너를

쓸어내렸다

아내의 배에 귀를 대고

네가 발로 물을 차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건 출렁거리는

발길질이었다

압정을 닦아내고

웅크린 빛깔

살포시 주먹을 쥔 아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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