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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름을 연주했던 날

-2025년 오월 문학제-걸개시화전 참여

by 최웅식

내가 구름을 연주했던 날

최웅식


구름에 음표를 붙인다

구름을 솜사탕처럼 젓가락에 꽂아 연주한다


총소리가 들린다 금남로 쪽이다

하늘에서 구름이 휘청한다

구름이 운동장에서 드러누웠다

철그네와 부딪혔다

모서리가 내 눈자위를 찍은 모양이다

나는 손바닥으로 떨어지는 피를 받는다

나를 끌고 가는 다리들

양옆에서 나를 부축한 치마가 달린다


운동화에 매달린 조각구름

내가 붙인 음표가 떨어져 버린

피를 흘리는 구름


간호사는 찢어진 얼굴과 구름을 봉합한다

나는 촘촘히 꿰맨 실을 만진다

구름도 까끌까끌한 실밥을 더듬는다

운동장에서 쓰러졌던 날

내가 구름을 연주한 날

두두두 총소리가 구름을 뚫고 지나갔다


5.18국립묘지 일원에 전시(5월 한 달 정도)

덧: 밑에 있는 사진 또는 그림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휴대전화로 지움.

KakaoTalk_20250509_1253151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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