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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몰고 온 대통령
<사이펀 2025 겨울호>

-노무현에게

by 최웅식

바람을 몰고 온 대통령

-노무현에게

최웅식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진 주먹에는

어떤 바람이 들어 있었을까

바람을 몰고 왔던 그대


고졸이라는 떳떳함이 있었던 그대

민주화와 군사정권이 합당하는 날,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그날도

바람이 불었었지

휘파람을 불며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패배를 껴안고 부산에 출마했던 그대

바람을 부르는 바보들이 결성되었지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던 자전거

바람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던 그대

손녀를 위해 바람을 휙 던졌었지

밀짚모자로 바람을 흔들 때마다

바람 소리가 바퀴에 감겼지

바람을 따라 논틀밭틀이 환호했던 녹색 자전거


나의 고향은 두 군데 평택 대추리와 제주도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을 인용했던 그대

해군기지와 미군기지는 무슨 가랑이였나

미국은 어떤 가랑이였나


나 또한 당신 같은 바람

나를 실을 수 없었던 그대

부엉이바위 밑으로 꺾여 내려가는 바람

내 증오를 안고 가겠다는 말로도 들려

포갠 손을 펼쳐 바람을 보여주었던 그대

꽃을 들지 못해 서성거렸던 나

내 어깨에서도 바람이 불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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