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거리감

by 아륜

약속 시간을 십오 분 넘겨 초인종이 울렸다. 월패드에 유정의 얼굴이 가득 찼다. 나는 화면에 눌린 친구를 보고 웃으며 원격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도착했어!” 나는 주방을 향해 말했다.

한참을 지나도 유정이 들어오지 않아 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유정은 정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얼른 들어와. 맛있는 거 있어.”

“너희 집 진짜 넓다.” 유정이 입을 벌리고 말했다.

“치킨 좋아해?” 내가 물었다.

“없어서 못 먹지. 이거 엄마가 주라고 해서.” 유정이 두루마리 휴지 세트를 건넸다.

“뭘 이런 걸 주고 그래. 들어가자.” 나는 가볍고 커다란 롤휴지 꾸러미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모, 여기 휴지.” 나는 소파에 휴지를 던져놓고 유정에게 슬리퍼를 주었다.

“이모랑 같이 사는구나.” 유정이 말했다.

“오래됐지. 어릴 때부터 살았으니까. 진짜 이모는 아니고.”

이모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왔다.

“아연이 친구 왔구나. 거의 다 됐어요.” 이모가 말하며 휴지를 창고에 가져다 두었다.

“아, 안녕하세요.” 유정이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그런 유정을 보며 웃었다.

“오늘 우리 다 할 수 있을까?” 유정이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엄마가 내일도 늦게 오셔서 놀러와도 된대. 아빠는 출장 가셨어.”

유정이 가방에서 뚱뚱한 노트북을 꺼내 소파에 두었다.

“컴퓨터로 해도 되는데. 지금 아랑이가 입원해서 집에 나랑 이모밖에 없어.”

“동생 있었어? 혼자인 줄 알았는데.” 유정이 소파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 집 강아지. 다리가 부러져서. 여기 편하게 앉아.”

유정이 노트북을 다시 가방에 넣고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강아지는 어쩌다 다친거야?”

“다리가 부러졌어. 이층에서 뛰다가 넘어졌나 봐.”

나는 유정에게 소파 안쪽에 허리를 대고 편하게 앉아서 나처럼 다리를 쭉 뻗으라고 말했다.

유정이 슬리퍼를 벗고 소파 위에 올라와 다리를 뻗었다. 나는 유정의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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