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조립

by 아륜

이동식 2단 책장을 조립했다. 네 개의 바퀴가 힘을 합쳐 내가 있는 곳으로 책을 배달한다. 리모컨 기능은 없어 모시러 가야 한다. 이삼십 권의 책들이 이층 침대에서 뒹굴다 필요할 때마다 냉큼 손에 안긴다. 결과물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노동은 뿌듯하다. 수십 개의 나사를 조이는 데 힘을 다 썼다. 한 시간 반이 걸려 미니 책장을 완성했다. 이런 작업이 오랜만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맨손으로 하다가 손이 쓰려 면장갑을 끼고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뒷정리를 마치니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손바닥이 쓰라려 장갑을 벗고 보니 껍질이 쭈욱 까진 상태였다. 통증을 느끼며 눈으로 상처를 확인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후련했다. 자해를 하는 심리가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이런 기분인가 했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세 개나 붙였다. 네 발 달린 책장에 최근 들춰 보는 책들을 꽂아 두고 맥주와 스낵을 사 왔다. 내가 손목을 돌려 조립한 부품들이 제 기능을 하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시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