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더 깊은 곳으로 노를 저어

by 아륜

잔잔한 강에 배를 띄웠다. 조금 전까지 조용했던 주위가 물결치기 시작한다. 더 깊은 곳으로 노를 저어 가본다. 항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마음 가는 대로 노를 젓는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곳이 아른거린다. 한참 노를 젓고 잠깐 내려놓았다. 바로 앞에 가까이 와 있는 그 사람을 본다. 뭍으로부터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

다시 노를 잡았다. 어디로 가 볼까. 어디까지 가 볼까. 그 사람을 탐구하는 일은 즐겁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나의 작은 움직임이 그의 세포 곳곳을 건드리고 반응을 일으킨다.

먹고 말하는 단순한 통로가 그로 인해 다채로워진다. 그가 뿜는 여러 색깔에 나는 마음 놓고 물든다. 그가 빨간색을 칠하고 싶다면 나는 빨간 옷을 입고, 파란색이 좋다면 기꺼이 푸르게 빛날 것이다. 파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 흔들리고 차가운 강물이 따뜻한 이불이 된다. 감정이 나를 통째로 삼키는 것이 두렵지만 그 앞에서 모든 법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공간이 사라지는 환상 속에서 풀어진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 사람은 나의 눈을 통해 강물에 반사된 빛을 본다.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없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지 않은 채로 계속 나아간다. 해 질 녘의 입맞춤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못하고 고요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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