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이십 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달은 자기 얼굴 내밀 시각을 일분 단위로 정했다. 달이 나타나면 우선 살짝 미소를 짓다가 다시 입꼬리를 내렸다 조금씩 크게 웃었다. 함박웃음을 지을 때 주위가 깜깜해졌다. 오늘은 달이 늦었다. 아직 푸른 해를 앞에 두고 달이 울었다. 왜 울어, 아니 왜 늦었어. 해가 물었다. 어떤 책을 읽었어. 한 장을 읽고 출발하면 시간이 딱 맞아서 잠깐 읽으려던 게 길어졌어.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거든. 책이 슬펐어? 재미있었어. 그럼 웃어야 하는 거 아니야? 좋은데 울음이 났어. 달이 빗방울을 쏟아냈다. 해는 자신의 온기로 달을 덥혔다. 달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 없이 웃었다. 달의 열기는 달을 태웠다. 달이 해가 지른 불로 까맣게 탈 즈음 밤이 찾아와 그들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