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네거티브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소설 중에서.
"여러 가지가 있어요. 다양하게 시도하는 중이죠. 하지만 기본은 최대한 네거티브한 걸 떠올리는 겁니다. 그녀의 단점을, 아니, 별로 좋지 않은 점을 생각나는 대로 뽑아내서 쭉 나열해봅니다. 그리고 만트라를 외듯이 머릿속으로 수없이 반복하면서, 이런 여자를 필요 이상으로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나 자신을 타이르죠."
"잘되던가요?"
"아뇨, 별로 잘 안 돼요." 도카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선 그녀의 네거티브한 면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실은 그런 네거티브한 부분에마저 내 마음이 끌렸던 거니까요. 또 한 가지는, 무엇이 필요 이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도 잘 분간이 안 간다는 겁니다. 그 경계를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분별없는 마음은 난생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사귀어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흐트러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느냐고 나는 물었다.
"처음입니다." 의사는 즉시 대답했다. 그러고는 오래된 기억을 저 안쪽에서 끄집어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 아주 잠깐이지만 비슷한 기분을 맛본 적은 있어요. 누군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p. 133)
<독립기관> - 무라카미 하루키
네거티브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파지티브는 명확하며 납득 가능하다. 불명확하고 예측 불가능한 데다 대체 불가한 네거티브는 네거티브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 사람만의 독창적인 파지티브가 된다. 하루키 단편집을 읽다가 이 대목을 읽고 기분이 좋아졌다. 소설 속 도카이는 혼란스럽겠지만. 네거티브마저 끌리는 인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일렁거린다.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는 지점을 생각해보면 뚜렷한 장점이 이유가 아닐 때가 있다. 그게 단점이라 해도 그 사람의 고유성이라면 마음을 움직이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