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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May 24. 2021

보수성과 창의성

<질서 너머> - 조던 피터슨

-책에서

이미 가치가 검증된 일은 보수적인 사람이 담당하고,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일은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담당한다. 두 유형의 사람들이 모두 있어야 한 사회 내에서 보수성과 창의성이 바람직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보수주의가 나쁘지 않고, 창의적 변화 역시 (심지어 급진적일지라도) 나쁘지 않으며, 각각에는 고유한 위험이 있음을 명심하라. 이 지혜를 아는 사람, 그러니까 두 관점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다양한 제안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는 순간을 알아볼 수 있다. 양쪽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권력에 굶주려 이기적으로 현 상태를 옹호하는 사람과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구별하고, 철학도 없이 자기기만에 빠져 무책임하게 반란을 꾀하는 사람과 진실로 창의적인 사람을 구별할 줄 아는 냉정한 눈이 필요하다.

먼저 우리는 보수성과 창의성이 완전히 상호의존적임을 이해해야 한다. 치열한 긴장이 감돌긴 해도 한쪽은 다른 한쪽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규율(현 상태에 복종시키는 여러 가지 방식)이란 창의적 변화의 적이 아니라 토대다. 사회와 개인의 의식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위계 구조는 법률이나 규칙에 의한 규제를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창의적 변화도 그런 규제를 필요로 한다. 창의적 변화는 한계에 맞선다. 맞서 싸우는 대상이 없으면 창의적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제약, 규제, 임의적 경계, 규칙들은 사회적 조화와 심리적 안정을 지탱할 뿐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토대가 된다.
(p. 60-61)


어렵다는 건 필요하다는 뜻이다.

체스의 말들이 아무 데로나 이동할 수 있다면 희한하게도 재미가 사라진다. 어디로나 이동할 수 있다면 그 체스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제약을 받아들여라. 그러면 게임이 시작된다. (p. 142)





  조던 피터슨에 관심이 있다. 첫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재미있게 보았고 각종 영상에서 그의 말하기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신간은 이전처럼 잘 읽히지는 않았다. 나오자마자 어머 조던 피터슨이잖아 하면서 사 놓고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마음이 여유로운 어느 오후에 책을 다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보수성과 창의성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말한 부분을 인상 깊게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성질을 고루 지혜롭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을 더 간결하고 몰입도 높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아쉽기는 하다. 그간 사정을 궁금해하는 팬이라면 에세이에 호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피터슨 가족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고통을 덜면서 활발히 활동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 책에서는 더욱 새롭고 날카로운 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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