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비슷한 느낌
<이윽고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맥주를 마시며 하루키 에세이를 읽는 일은 내 기쁨이다. 캔맥 하나에 이 책을 봤다. 작가가 미국에 머물 때의 이야기다. 하루키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외국을 떠돌며 글을 썼다. 일본이 싫어 떠났지만 어쨌든 이방인은 슬픈 법이다. 그는 자신에게 자명성을 지니지 않은 언어에 둘러싸여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일종의 슬픔과 비슷한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문장을 보며 음, 과연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 하루키 씨 작품 처음 볼 때부터 늘 생각해 왔지만 이 사람은 별 시답잖은 것들에 대해 말한다. 굳이 언급 안 해도 될 듯한 시시콜콜한 일들을 마치 대단한 듯이 길게 늘어놓는다. 변주를 해 가며 몇 문장에 걸쳐서. 그는 똑똑한 사람인 것 같지만 천재는 아닌 듯하다.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대단히 지식이 많지도 않아 보인다. 가끔 헛소리를 그럴듯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최소한 그가 창조한 세계에서는 정합성이 있다. 한 이야기 안에서는 모순이 없다. 소설이란 이렇구나 직감적으로 느끼며 읽게 되는 것이다. 하루키 글을 읽으면서 그런 통찰의 쾌감이 있다. 나도 이런 작가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