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된 인간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 마루야마 겐지
이 사람의 글쓰기 에세이를 읽으면 거칠고 단호한 그의 정신이 나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마루야마 겐지가 독자로 삼은 대상은 소설가 지망생이 아니라 소설을 쓸 사람인데 자기가 써야 할 운명인지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 평범한 사람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한두 가지가 결여된 인간.
만약 당신이 아직 젊고, 이런저런 일을 해 봤지만 흥미를 못 느끼고, 사회에 몸을 던졌는데 허접한 일에 허우적대는 현실이 우습게 보인다면, 이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혼자의 힘과 능력으로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고 싶은 정열이 있다면, 부디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당신이 달리 할 일이 없고 인생이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이 세계로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p. 33)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예사롭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옛 친구와 지인을 통해 새삼스럽게 깨달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고, 당신은 개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개인으로 사는 사람이 고민거리를 들어줄 상대를 찾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구원할 사람이 당신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자각해야 합니다. (p. 111)
소설을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보다 몇 배는 깊은 고독을 경험해야 합니다. 고독의 숙련공이 아니면 소설가일 수 없습니다. (p. 75)
영상은 과도하게 시각적인 것이 결점입니다. 과도하게 시각적인 작품은 때로 보는 이의 이미지를 무참하게 부수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읽는 이의 시각을 언어로 자극하는 것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영상을 그대로 문장으로 옮기는 식으로 써서는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데, 성공했을 때는 영상의 몇 배 되는 시각적인 작품이 됩니다. (p. 69)
소설은 마음을 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념을 뒤흔드는 것이 문학의 최대 목적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두십시오. (p. 44)
소설을 쓰다 보면 1, 2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신 같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 않았더라면 쓸데없는 일에, 하나마나한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p. 57)
세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면 쓸데없는 짓을 할 거 없이 집필에 몰두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습니다. 원고료나 인세를 받지 못했을 때에는 직접 해당 출판사를 찾아가 담판을 지으십시오. 왜 지불하지 않는지 한바탕 난리를 피우십시오. 그것이 자립한 삶입니다. 또 늙어서 수입이 줄어든 탓에 입원할 돈도, 묘를 쓸 돈도 없다면 결연하게 나가 죽도록 하십시오. 그 정도 각오가 없으면 소설가가 되지 않는 게 좋습니다. (p. 101)
나의 결여와 결여가 저지른 글들을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