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말없이 나누는 대화

함부로 울지 않으며 쓸데없이 웃지 않는다

by 아륜

귀뚜라미가 대신 울어준다. 그것은 그대로 음악이 된다. 뮤직비디오는 비공개로 촬영되고 그 뒤로 물이 고요히 흐른다. 어둠이 내리고 있다. 그곳에서 하얀 웃음들이 더 빛난다. 그 속을 걷는다. 자연의 선율과 함께 나아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정지해 있다. 멈춘 채로 걸어간다.


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쁘게 깎아 주고 싶은데 기술이 부족하다. 글쓰기보다 어려운 말하기가 이어진다.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왜 7%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된다. 생각해 본 적 없고 표현이 되지 않는 그 어떠한 것으로 생각에 잠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궁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멈추어 있다.


아무것도 탓할 수 없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비언어적 감정을 눈에 담아 본다. 진실을 말했지만 마치 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살아 있다. 내가 만들어 낸 언어의 부족함을 나의 어깨와 무릎이 대신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너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으니까. 너는 더 좋은 사람이다. 내가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니까. 너무 슬프지 않은 너무 빠르지 않은 음악이 담담하게 흐른다.


자음과 모음을 정성스럽게 빚어 한 글자씩 입에 담는다. 몇 글자를 겨우 모아 소리 내어 말한다. 함부로 울지 않으며 쓸데없이 웃지 않는다. 함께 약속한 공백이 까맣게 채워진다. Yiruma의 Chaconne를 들으니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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