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하는 너에게

퇴근할 때 전화해

by 아륜

떨리지 많이. 어른 복장에 어린 날 감추고 빡빡한 구두를 신었어. 왠지 어색해. 회사 들어가려고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어. 알아. 오래된 나무, 매일 타던 버스, 흐린 하늘까지 다 새로워. 첫 직장에 첫 출근. 긴장될 거 생각하면 나까지 떨려. 속이 울렁거려 아침도 거르고. 배가 고파오니까 점심은 꼭 먹어. 다 같이 몰려가서 커피도 마시고. 거슬리는 한 명이 있을 거야. 널 부러워하거나 아니꼬워하는 사람. 그 사람을 용서해. 어렵지만 품어줘. 듣자마자 다 잊어버리니까 필기 멈추지 말고. 진이 다 빠질 거야. 하루가 이리 길었나. 너에게 참 긴 하루야. 똑똑한 너가 바보가 된 기분. 늘 칭찬받았는데. 어디로 갈지 몰라 꼭 미아 같지. 끝나고 나올 때 시원한 바람에 울고 싶어져. 퇴근할 때 전화해. 회사를 끊고 나에게 연결하면 마음이 편해. 꽁꽁 숨겨 둔 너의 여린 마음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잖아. 여전히 내가 여기 있어. 나에게는 출근하지도 퇴근하지도 않아도 돼. 늘 있어. 강하고 또 현명한 너지만 오늘만큼은 기대. 내가 안아줄게. 머리 쓰다듬어 줄게. 눈물이 돌아도 이상하지 않아. 설명하지 않아도 돼. 오늘 수고했어. 정말 잘했어. 잘 할 줄 알았어. 너를 믿어. 저녁 맛있게 먹고 일찍 가서 쉬자. 이번 주는 일찍 자기로 하자. 내일은 10분 일찍 가는 거야. 마음에 여유가 생길 거야. 수첩에 갈겨쓴 네 글씨 다시 정리해 보고 한 번 배운 건 잊지 말기. 금요일까지 내 걱정 하지 말고 집중해. 그립고 힘들면 메시지 보내. 난 좋아. 나는 잘 하고 있어. 잘 해 줘서 고마워. 넌 정말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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