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연구소 감정수련원 행동체육관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 홍순범
정신과 전문의가 쓴 소설이라 흥미로워 읽었다. 주인공은 죽으려고 다리 위에 올랐다가 세 가지 낙서를 보게 된다. 생각연구소, 감정수련원, 행동체육관. 세 가지 창의적인 개념에 반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본문은 <미움받을 용기>처럼 대화체로 흐른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다는 거죠? 이해도 못 하면서?’
- 생각연구소장: 이유는 간단해요. 그들도 각자의 논리가 있을 테니까요. (p. 41)
바꿔 말하면, 내가 지나다니던 생각의 징검다리가 최선이 아님을 깨닫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징검다리가 있고 얼마든지 다른 징검다리로 건너다닐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 이것이 정신적 성장이란 말이죠? (p. 147)
- 행동체육관장: 죽을 때까지? 아닙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즉, 습관이 될 때까지 하면 됩니다. (p. 247)
생각은 감정에게, 감정은 행동에게, 행동은 결과를, 결과는 다시 생각을 부르고 일으킨다.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친절하고 유능한 의사에게 상담받는다고 느꼈다. 내 마음의 강물은 잔잔하고 고요하다. 파도는 없다. 아주 가끔 바다가 될 때가 있다. 차분하고 단단한 상태에서 속이 뒤집히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 나도 동요한다. 힘든 상태에서 바로잡는 법은 나를 설득하는 일이다. 미안해, 힘들지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에는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잘못인지, 왜 힘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풀린다. 이해는 감정이 아니라 생각의 언어다. 나를 다스릴 때도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은 지금 자기가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감정이 다치면 그 감정을 '서운함', '창피함' 등으로 구체화해 보자. 그리고 몸을 움직이자. 이것이 저자의 처방이다.
제목이 아쉬웠다. 흔한 감성 에세이로 알고 지나치려 했다. 생각연구소, 감정수련원, 행동체육관의 개념을 재미있게 드러내는 제목이면 더 전문적이면서 좋지 않았을까. 생각, 감정, 행동을 차례로 만나고 다시 생각, 감정, 행동을 찾는 구성도 좋았다. 저자는 진료하고 연구하는 와중에 교양서를 집필했다. 인턴의사 1년 동안 각 과를 돌면서 기초 임상경험을 다지고 전문과목을 탐색한다지만 실제로는 드레싱, 검사 등의 단편적인 잡일만 떠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잠도 못 자고 그런 일을 견딜 때 <인턴일기>라는 책을 썼다. 인턴 때 써 놓은 일기를 전문의가 되어서 출판했다. 바쁘고 힘들 때 시간을 쥐어짜내 기록하는 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다. 시간이 들지만 그만큼 내 안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어쨌든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생각연구소'부터 들러야 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