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숲

by 아륜

잠들지 못하고 불안해할 때 숲내음을 맡았다. 숲에 가고 싶다. 숲에 누워 쉬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쉬는 것처럼 쉬어 본 게 언제인지. 나의 하루, 나의 젊음, 나의 삶 전체가 피로하다. 나도 나를 어찌할 줄 몰라 주저앉은 곳에서 숲을 만났다. 숲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수풀을 헤치며 한참을 걷다가 발끝에 나뭇가지가 걸렸다.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버리고 다시 숲 안으로 향했다. 근데 여기…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나? 숲에는 문이 없었다. 숲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니 계속 걸었다. 숲에 가만히 안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숲은 나를 안아주지 않았지만 처음 숲에 들어왔을 때부터 조금은 안겨 있는 기분이었다. 나의 불안과 불면을 잠시 맡기며 바닥에 누웠다. 땅에 누워 흙냄새를 맡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린 풀이 하나 보였다. 풀을 어루만지다 꺾어서 가슴 위에 올려보았다. 풀냄새가 났다. 잠깐 누워 있으려 했는데 한번 숲에 누우니 몸을 일으켜기 어려웠다.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숲 위에 가까이 걸려 있었다. 마음이 풀어지며 깜빡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이마가 간지러워 눈을 떴다. 머리 위로 꽃잎이 쏟아졌다. 라벤더 향이었다. 라벤더 꽃잎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그만해. 간지럽잖아. 나는 몸을 일으켜 꽃잎과 풀을 주머니에 넣었다. 코끝이 간질거려 손으로 슬쩍 훔치니 라벤더 향이 진동했다. 얼마 만에 깊은 잠을 잔 거지? 이 숲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나의 쉼터구나. 산책하고 돌아가려 했는데 숲이 나를 붙잡았다. 조금만 더 쉬다 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는 곳으로 들어가니 흙구덩이가 보였다. 입구에 놓인 풀들을 치우자 끝없이 깊은 구멍이 파여 있었다. 여기가 진짜 숲인가? 나는 정말 쉬고 싶은데,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쉴 수 있을까? 숲에게 물었다. 숲은 말이 없었다. 두 손으로 흙구덩이 주위를 매만졌다. 손톱 끝으로 흙이 들어가 묻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구덩이에 몸을 넣었다. 머리를 통과하자마자 두 다리가 공중에 떠서 사뿐사뿐 날듯이 움직였다. 나는 구덩이를 통해 천천히 내려왔다. 마침내 몸이 닿은 곳에 수없이 많은 라벤더가 이불처럼 펼쳐져 있었다. 숲속의 깊은 숲, 라벤더 숲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라벤더를 덮고 누워 숲에게 안겼다. 숲의 품이 느껴졌다. 숲의 숨이 가빠왔다. 숲의 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