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기 자랑대회 4

액정보호필름 부착

by 아륜

지난달 핸드폰에 붙일 액정보호필름을 샀다. 아이폰을 살까 하다가 마음을 접고 멀쩡한 폰에 옷을 입힐 생각이었다. 아낀 비용으로 애플 주식을 더 샀다. 폰이 고장 나면 새것을 사려고 한다. 필름이야 여태 필요해서 샀지 쇼핑을 위한 쇼핑은 처음이었다.


강화유리필름 두 장을 사서 한 장을 꺼냈다. 매끄러운 액정 표면을 깨끗이 닦고 필름의 보호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제 먼지 없이 기포 없이 붙여야 했다. 다른 이들이 필름을 붙이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마치 여기 생명이라도 있는 양 조심스럽게 작업에 몰입했다. 하나라도 기포가 생기면 난리가 나고 말끔히 성공했을 때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그렇게 잘 붙이면 좋은데 그러지 못했다.


나에게는 액정보호필름을 잘 붙일 의욕이 없다. 내가 대강 붙여버린 필름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기포가 있다. 이렇게 기포 많은 액정을 본 적 없을 정도다. 기포 만들기 대회 나가면 우승할 자신 있다. 참 이렇게 못 붙이기도 힘들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기포,라고 쓰고는 한번 숫자를 세어보았다. 점처럼 작은 기포 말고 큰 거로만 일곱 개. 크기는 구슬아이스크림에서 큰 구슬 정도 되었다. 눈으로 선을 연결해 보니 꼭 북두칠성 별자리 같았다.


까만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다,라기엔 기포가 너무 많다. 못하기 자랑대회 네 번째 편인데 그간 이 시리즈는 못하는 걸 말하는 척하면서 잘하는 걸 말했다. 이번 못하기 <액정보호필름 부착>은 아무래도 정말 못하기다. 액정필름 정도는 못 붙여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중략)


나머지 한 장은 잘 붙이는 사람에게 부탁해야겠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필름에 집중하는 모습을 구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