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기 자랑대회 5

덜 깨끗한 화장실 참기

by 아륜

물과 커피를 자주 마신다. 그러니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하루 예닐곱 번이 정상이라는데 한두 번 더 갈 때도 있는 듯하다. 손을 씻어야 하면 바로 손을 꼼꼼히 씻고 싶고. 화장실에 갈 일이 많다. 집이나 직장에서는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 외부에선 익숙하지 않은 화장실에 방문해야 한다. 낯선 지역에 갈 때는 처음 보는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화장실이란 곳은 일부러 가볼까 하진 않고 주로 필요해서 가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가지 못하면 힘들여 참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참기가 어려워지니 시간제한이 있는 셈이다. 어느 화장실에 들렀는데 다른 화장실을 가야 한다면 한정된 시공간에서 최대한 빨리 알맞은 곳을 찾아야 한다.


화장실이 가까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그런데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깨끗한 화장실이 나올 때까지 참고 싶어진다. 안 그래도 화장실을 못 참는데, 덜 깨끗한 화장실도 못 참으니 내 맘에 맞는 화장실이 없으면 곤란해진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눈앞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지만 웬만하면 깨끗한 화장실을 기다린다.


내가 느끼는 깨끗한 화장실의 기준은 이렇다. 깨끗하다기보단 내 맘에 드는 곳이라 해야 맞겠다. 우선 쪼그려 앉는 형태의 화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서 모든 변기에 뚜껑이 붙어 있어야 한다. 칸마다 화장지가 넉넉히 준비되어 있고 세면대에 물비누가 있으면 좋다. 없으면 아쉬운 대로 고체 비누라도 꼭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만 되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화장실을 사용한다. 더 바란다면 미화원이 상주하며 관리해주는 청결한 화장실이면 더욱 좋다.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면 좋고, 조명이 은은하면 행복감을 느낀다. 아주 고급스러운 화장실이 있으면 필요하지 않아도 일부러 가보기도 한다.


화장실은 짧게 머무르는 곳인데 찰나의 경험에 산뜻해지기도 불편해지기도 한다. 모르는 동네에서 시간이 남으면 이 지역 깨끗한 화장실은 어디인지 찾아본다. 그렇게 지역별로 알아두면 나중에 또 그곳을 찾을 때 시간을 아끼고 편하게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주는 앱을 검색했는데 아직 못 찾았다. 화장실을 찾아주는 앱은 있지만 깨끗한 화장실 찾아주는 앱은 없는 것 같다. 앱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방법을 배워 해볼까 하다 그 정도 열의는 일어나지 않아 생각에 그쳤다. 이름은 퍼스트룸이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따 왔다. 카피는 ‘가장 깨끗한 순간, 퍼스트룸’이다. 최근에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 오래된 상가 화장실을 찾았다가 참을 만하니 참자, 하고 나왔던 적이 몇 번 있다. 어떤 식당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 화장실 경험도 본다. 그때의 깨끗한 기분이 그곳의 뒷모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