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애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바로 복싱호흡! 복싱하듯 잽을 날리며 짧게 숨을 내뱉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복싱호흡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공에 주먹을 퍽퍽 치다 보면 순간 운동하는 느낌이 들면서 웃긴 자세가 된다. 거울을 보고 하면 어이없어서 귀여워 보일 정도….
잠깐이지만 킥복싱을 배운 적이 있다. 일 끝나고 종종 가서 혼자 샌드백이랑 놀았다. 나는 복싱은 힘이 좀 달렸고 킥을 잘했다. 다리를 쭈욱 뻗은 다음 골반 쪽을 살짝 틀어주면서 킥! 발차기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주먹은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샌드백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그러고 있다 보면 창피해진다. 혼자 있을 때는 괜찮은데 뒤에 아마추어 중에서 상당히 오래 해온 회원들이 연습을 하거나 자기들끼리 놀거나 그럴 때가 잦았다. 아무도 나를 안 보는데도 어설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발차기를 빡- 빡- 소리 내며 샌드백을 치곤 했다. 그러면 그날의 피로가 녹았다.
가끔 허공에 잽을 하다 보면 그때 생각이 나면서 재밌다. 주먹을 때리면서 츄츄 츄츄츄 이렇게 짧게 호흡을 하면 기분이 금세 풀린다. 무슨 호흡법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고 하나의 춤이랄까. 왠지 화풀이하고 싶을 때 공중을 때리면서 츄츄 하면 몇 초 만에 감정이 단순해진다. 누가 손바닥을 대주면 최고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