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를 견디는 마음은 책임감이다. 피곤해, 어려워, 하기 싫어… 한 마디로 삶에 대한 귀찮음을 막는 법은 바로 책임감이다. 내가 만약 쉽게 쉽게 살 수 있다면 어땠을까? 그땐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겠지. 노력이 필요 없는 삶은 공허와의 싸움일 수 있다. 지금 나는 공허의 반대편에 있다. 너무 할일들로 꽉 차서, 가꿔나가고 마련하고 발전시킬 것들로 가득하다.
차가운 전쟁터에 나온 기분. 온갖 따뜻한 것들이 그립다. 부드럽고 너그럽고 편안한 존재들. 몰아치는 하루를 보내고 누웠을 때 나는 깨닫는다. 따뜻함이란 차가움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사방이 온통 따뜻하다면 후덥지근하다고 불평할지 몰라. 추운 곳에서 덜덜 떨면서도 불을 찾아 헤맸고 마침내 누운 침대가 참 부드럽고 따뜻하다. 편안하다. 너그럽다. 내 몸을 그대로 받아주는 푹신한 침대.
오늘도 정말 고생했다. 용기 있게 잘 살았다. 더할 나위 없었다. 내일도 책임지고 오자. 그럴 때 따뜻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 누구도 탓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따뜻함에 감사하자. 그런 후에는 차갑게 정신차리자. 다시 낯선 내일을 책임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