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버전
이제 연애도 오락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식 연애는 아니다. 가끔 일상을 물결치는 감정이 필요하지만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주는 느낌, 사람이 주는 생각, 사람이 주는 역동은 여전히 원하지만 그것을 주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같이 걸을 때 내 주위 공기를 진동하는 양팔, 눈을 완전히 마주치지 못하고 목덜미를 만지는 손짓, 넌 정말 예뻐 하는 목소리, 날렵하고 활달한 옷맵시가 가끔 그립다. 그립지만 소유하고 싶지는 않다. 서점에서 한 권을 사서 자세히 읽기보다는 도서관에서 여러 권을 대출해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고 싶다.
귀찮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나는 즐거운 감정을 선택하고 따분하고 지난한 관계를 방치한다. 장편소설 읽기에는 시간과 인내심이 모자라다. 강렬한 장면을 구경하고 넘어가는 단편이 알맞다.
이제 나에게 연애를 제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다양한 오락물과 경쟁한다. 더한 재미를 주지 않으면 금세 탈락한다.
누가 연애 안 하냐 물으면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안 한다고 하기는 더 그렇다. 있는 듯 없는 듯 끊임없이 스쳐 지나간다. 연애는 이제 나의 기분을 만족시켜 주는 오락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사랑? 그것은 지난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