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탐구하다
중간고사 준비로 바쁜 그와 스터디 룸에서 잠깐 보기로 했다. 이 층 계단을 빠르게 올랐다. 먼저 와 있다는 방 앞에서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너는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다. 왼팔은 구부린 채 곧게 뻗은 오른팔에 기대어 무방비한 얼굴이었다. 피곤할 그를 깨우지 않고 가방 속 책을 꺼냈다.
그의 허파가 쌕쌕거린다. 나는 책을 덮고 가만히 놓인 너의 오른손을 본다. 아직 잘 모르는 저 손, 나에게 허락된 건 여기까지다.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네이비색 가로줄무늬 티가 그를 보호하고 있다. 그의 오른팔은 나를 향해 쭉 뻗어 있다. 나를 부르는 손짓 같다. 약간 구부린 손가락을 펴 본다. 손바닥이 쉽게 열린다. 이 힘없는 손으로 너는 힘을 내 공부도 하고, 면도도 하고, 많은 것을 하겠지. 네 개의 손가락을 다시 놓아 주자 손톱이 다시 고개를 숙인다. 손가락이 만든 그늘진 동굴에 내 검지를 쏙 넣어 본다. 너의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을 알맞게 감싼다. 슬며시 내 손을 빼고 너의 손을 자세히 본다. 넓은 엄지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 잘생기지는 않은 손톱, 깔끔하지 않기를 선택한 손톱. 나는 이 손톱이 좋다. 손톱 끝에는 연필이 남긴 흑심이 묻어 있다. 중지와의 만남이 낳은 흑빛이겠지. 너의 중지, 가장 곧은 손가락. 너를 대변하는, 너의 삶을, 너의 삶에 대한 열정을, 너의 최선을 보여주는 이곳. 너의 육체가 소년에서 남성이 될 즈음부터 한 번도 물렁해질 틈을 허락하지 않았을 이곳, 굳은살을 만져 본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대조적인 딱딱한 뚝심이 뚝뚝 흐른다. 끝에서 새끼손가락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 있다. 충동적으로 조금의 틈을 준 나의 주먹으로 너의 새끼를 감싸 쥔다. 처음에는 가볍게 쥐었다가 힘을 줘 세게 쥐었다가 다시 풀었다가 있는 힘껏 죈다.
네가 약간 몸을 움직이는 것 같길래 옆으로 가 얼굴을 본다. 나는 쌔근쌔근 자는 너와 마주 보고 있다.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스르륵. 잘 잔다. 네가 방금 전까지 사용했을 연필, 샤프, 볼펜을 구경한다. 볼펜을 들어 가볍게 펜 돌리기를 하다, 탁. 바닥에 떨어뜨렸다. 펜을 주우려 몸을 숙인다. 네 다리 사이에 떨어진 볼펜을 줍는다. 그러다 처음으로 너의 발목을 봤다. 호기심이 든 나는 테이블 밑으로 내려가 앉는다. 너에게도 이런 예쁜 복사뼈가 있구나. 나는 손을 뻗으려다 거둔다. 대신 네 진회색 발목양말 위 복숭아를 볼펜으로 툭 건드려 본다. 그리고 큰 돌기를 따라 허공에 원을 그린다. 나는 눈으로 다섯 줄을 그은 후에 검은 펜을 들고 너의 복숭아뼈에 가온음자리표를 그린다. 높은음자리표도 낮은음자리표도 아닌 중간음자리표를. 네가 나와 헤어지고 집에 가서 양말을 벗고 샤워를 할 때쯤 발견하겠지. 음표도 그리고 싶은데 자리가 부족하다. 그건 다음에 그리자. 다음에 다른 곳에 다른 방법으로.
검은색 바지를 입었구나. 나도 오늘 검은색인데. 고개를 들고 일어나 너의 맞은편에 앉는다. 혹시 누가 보진 않았을까 바깥을 본다. 반투명인 유리가 우리를 잘 가려준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몸 냄새를 가질 정도로 우리가 가깝지는 않다. 향수를 뿌리지 않는 너의 손목을 살짝 들어 맡을 향이라도 있는 것처럼 안쪽에 코를 대었다. 무향이다. 얼굴을 조금 드니 그대로 입술이 닿는다. 입술을 떼자 내가 남긴 타액 한 점이 반짝인다. 실수였다. 왜 이렇게 안 깨는 거지. 잘 자는 너의 어깨를 본다. 너의 숨이 불규칙하다. 어깨가 빠르게 오르내린다. 자는 거 맞지. 설마 깨 있던 거 아니지. 악장이 넘어간 숨소리가 숨겨지지 않는다. 너… 안 자고 있었구나. 알고 있었구나…….
난 네가 모르는 줄 알았어. 이건 다 너가 자는 척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아니면 네 굳은살이 너무 딱딱했기 때문이야. 이제 네가 눈을 뜨면 난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잘못했다고 해야 하나. 억울하지 않게 공평하게 해 줄까. 그러려면 우선 손을 주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머리도 한번 쓰다듬게 하고 그다음 내 발목에 인테그랄이라도 그리라고 해야 하나. 그럼 이 스타킹은 어쩌지.
마침내 그가 눈을 뜬다.